정부 책임론 들끓지만, “공무원 처벌은 어렵다”
입력 2016-05-13 00:05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 등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나 공산품안전관리법 등을 적용해 당시 관련 부처의 담당 공직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책임을 주장하는 근거는 우선 관리감독 부실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수입할 때 정부 기관이 흡입독성 실험을 건너뛰었거나,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에 정부가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를 부여한 점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때까지 보건당국이 예방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등이 책임져야 할 핵심 기관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정부 공직자 형사처벌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12일 “해당 공무원이 직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때 징계나 감봉 사유는 될 수 있지만 형사처벌까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도 “가습기 살균제 관련 과실이 공무 수행 중 실수 성격이 짙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의 영역에 가깝다”며 “제품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과 업자간 로비나 뒷거래 정황 등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모임이나 시민단체의 고소·고발 등이 접수되면 다양한 처벌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거론하며 무작정 처벌을 요구하기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편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8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가 2가지 독성 화학물질을 임의로 섞어 제조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에 따르면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는 2009년 세퓨를 처음 제조할 때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된 PGH를 원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당시 케톡스사는 샘플용 PGH 약 40ℓ를 보내준 게 전부였다. 케톡스의 담가드 사장은 “농업용으로 사용하겠다는 한국기업 측 요청으로 2007년 두 차례 PGH 샘플 소량을 보냈다”며 “이후 정식으로 제품을 보내 달라는 요청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세퓨 원료로 중국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사용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