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조작 미쓰비시, 닛산에 인수...글로벌 차 시장 재편

입력 2016-05-12 19:13
최근 연비조작 스캔들에 휘말린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미쓰비시가 동종 업체 닛산 산하에 들어가게 됐다. 다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 회장은 12일 요코하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닛산은 2373억엔(약 2조5400억원)을 출자해 미쓰비시 지분 34%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와 닛산은 오는 25일까지 지분인수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닛산 측 인사 4명이 미쓰비시 이사로 새로 선임되는 조치도 이어진다. 미쓰비시 회장에도 닛산 측 인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이나 ‘미쓰비시’라는 브랜드는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지분 인수가 1년 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이번 협상은 무효로 돌아간다.

이번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닛산은 미쓰비시그룹의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교도통신은 연비조작 파문으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미쓰비시가 닛산 아래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각사의 주력 분야인 전기자동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를 살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키로 했다.

지난달 미쓰비시는 자동차 62만5000대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연비 성능을 부풀렸다고 시인해 세계 자동차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미쓰비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료대금과 환경차 감세 보상을 합쳐 1040억엔(약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1991년 이후 미쓰비시가 일본에서 판매된 거의 모든 차종의 연비 데이터 측정을 불법으로 했다고 알려지면서 스캔들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쓰비시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로 추산된다. 일본 내에서는 6위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미쓰비시가 영향력이 강한 업체는 아니다”라며 “닛산의 인수로 당장 세계 차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도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쓰비시는 일본 경차 시장과 동남아시아를 주로 공략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연간 판매량은 10만대 내외 정도다. 국내 업체들과는 주력 시장이 다르다는 의미다. 미쓰비시는 한국에는 2008년 진출한 뒤 1355대를 팔고 2013년 철수했다.

그래도 닛산은 미쓰비시 인수를 통해 해외에서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쓰비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연비조작 파문 이후에도 동남아에서는 판매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미쓰비시의 연간 판매 대수인 100만대 정도가 더해지면 르노닛산그룹의 세계 판매량은 959만대로 뛰어 올라 3위인 미국의 지엠(984만대)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이에 글로벌 빅4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효석 유성열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