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벌어진 대화를 녹음해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43) 기자가 대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일 최 기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인에 대해 일정 기간 선고를 미루고, 유예기간이 경과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최 기자는 2012년 10월 8일 고(故)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본부장(현 대전MBC 사장) 등의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의 등 대화를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최 기자는 최 이사장과 휴대전화로 연락하며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중이었다. 최 전 이사장이 통화를 마친 이후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사무실 내 대화 내용은 계속 녹음됐다.
최 기자는 녹음된 내용을 비밀회동 대화록이라고 보도했다. 정수장학회가 MBC 등 언론사들의 지분을 매각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향후 적절한 시기에 취재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보도 이후 최 기자는 도청 혐의로 고발됐고, 검찰은 건물의 CCTV와 방문자 기록을 확인하기도 했다.
1심은 최 기자가 대화를 몰래 들은 부분만 유죄로 인정, 징역 4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은 청취·녹음·보도를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청취·녹음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2심 재판부는 밝혔다.
최 기자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기자는 이날 “감춰진 진실을 국민 앞에 드러낸 게 죄가 된다면 감수하겠다”며 “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대화록 보도 한겨레 기자 선고유예 확정
입력 2016-05-12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