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 타계

입력 2016-05-12 18:36
지난 2014년 LG아트센터를 방문했던 니나가와 유키오. LG아트센터 제공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LG아트센터 제공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무사시'. LG아트센터 제공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해변의 카프카'. LG아트센터 제공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가 12일 타계했다. 향년 80세.

니나가와는 일본 연극계의 1인자로 구미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각광받아 왔다. 특히 가부키 등 일본의 전통예능 기법을 활용한 셰익스피어와 그리스 비극은 정평이 나 있다. 우리나라에도 LG아트센터에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2011년), ‘무사시’(2014년), ‘해변의 카프카’(2015년)가 공연돼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는 스펙타클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3분 안에 관객들을 연극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그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1992년 셰익스피어 전문극장인 영국 런던 글로브극장 예술감독으로 위촉됐으며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여러 차례 연출을 맡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는 사이타마예술극장과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코쿤의 예술감독을 20년 가까이 겸임해 왔다.

그는 배우를 혹독하게 조련하기로 유명해서 젊은 시절엔 연기 못하는 배우에게 재떨이를 던졌다는 일화도 있다. 무섭기로 유명했지만 그의 부름을 받는 배우들은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SMAP, 아라시 등 일본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을 거느린 연예기획사 쟈니즈조차도 소속 연예인이 그의 작품에 캐스팅되는 것은 언제나 환영했을 정도다.

워낙 무대에 공을 들이는데다 스타급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티켓 값도 다른 작품에 비해 월등하게 비싸다. 하지만 높은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그의 작품은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2개 극장을 오가며 연간 10개 안팎의 작품을 올릴 정도로 정력적이었던 그는 지난 2014년 11월 노인극단인 사이타마 골드 시어터의 홍콩 투어 공연을 갔다가 심장질환으로 쓰러졌다. 입원중에도 “빨리 작품 연습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그는 퇴원 후 휠체어를 타고 코에 산소흡입용 튜브를 낀 채 연습을 지휘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지난 2월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 연극 ‘니나의 솜’ 공연을 무기한 연기했다. 오는 25일에는 그가 연출한 셰익스피어의 ‘자에는 자를’ 개막 예정으로 4월 연습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37편을 모두 올릴 계획이었지만 32번째인 ‘자에는 자를’이 유작으로 남게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