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을 점으로 오인…피부 레이저 부작용 87% "비전문의, 피부관리실 시술"

입력 2016-05-12 17:52
이모(58·여)씨는 2013년 동네 성형외과에서 팔자주름 부위 잡티 제거를 위해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가 큰일 날 뻔했다. 얼마 뒤 시술 부위에 검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계속 치료 받으면 없어진다는 얘기에 한 달에 1~2차례씩 시술받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자 점 부위에서 진물이 나고 시커멓게 썩어 들어갔다. 겁이 난 이씨는 지난해 9월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았고 조직검사에서 피부암의 일종인 ‘색소성 기저 세포암’ 진단을 받았다.

무분별한 레이저 시술로 암 진단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씨의 피부암은 3㎝로 커져 있었다. 암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얼굴에 흉터가 크게 남았다. 이씨는 우울증으로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최모(37·여)씨는 4년 전 아파트단지 내 피부관리실에서 얼굴 기미 제거를 위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레이저 치료를 받을수록 기미는 점점 더 짙어졌고 양볼이 붉어지는 안면홍조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피부관리실이나 한의원, 비(非)피부과병·의원 등에서 점이나 기미, 검버섯, 사마귀 등 제거를 위해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가 부작용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2011~2015년 전국 8개 종합병원에서 레이저 부작용 치료 사례 69건을 분석한 결과, 87%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나 한의사, 비의료인(피부관리실, 미용실 등)에게 시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경험한 부작용은 피부 색소변화가 42건으로 가장 많았고 흉터(25건), 피부암·종양 오진(21건), 화상(16건), 감염·상처회복지연(4건), 알레르기피부염(3건), 기타(1건) 순이었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학교실 김원석 교수는 “특히 피부암 오진 사례의 90%가 비피부과 전문의 진료와 시술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성흑색종이나 색소성기저세포암 등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점(색소성 모반)이나 검버섯 등과 구별이 쉽지 않아,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면 정확한 진단이 힘들다.

피부 레이저 시술이 보편화됐지만 국민들의 인식 수준은 낮았다. 피부과학회가 지난 4월 서울·경기 및 전국 6대 광역시의 만 20~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7%는 피부관리실 등에서 레이저 치료가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이날 ‘피부 레이저 안전 사용 안내서’를 만들어 보급하고 대국민 홍보 캠페인에 나섰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