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약속을 이끌어낸 기시다 후미오(59) 일본 외무상이 ‘포스트 아베’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일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는 11일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계파인 기시다파 소속 소장파 의원들과 역사공부 모임을 결성했다. 여름 참의원 선거 이후 있을 당 총재 선거를 내다보고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기시다는 아베 신조 정권에서 3년 반 가까이 외무상으로 재직했다. 주요 7개국(G7) 현직 외무장관 중 가장 길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는 소장파 의원들과 안보법 등 현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시도해 아베 총리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기시다는 지난해 말 한국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맺은 데 이어 최근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약속까지 받아내면서 입지가 강해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는 최근 동남아를 방문하면서 계파 의원 4명을 대동하는 등 힘을 과시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파의 한 의원이 참의원 선거 이후 있을 내각 개편을 앞두고 당 총재 선거 준비를 위해 기시다에게 외무상직 사퇴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역시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재직을 놓고는 이시바파의 수장인 이시바 시게루(59) 지방창생(활성화)담당상과의 대결이 예상된다. 기시다는 이시바파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자민당에서 가장 새로운 정책집단이 이시바파라면 가장 오래된 것이 고치회(기시다파)”라고 말했다. 도발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시바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