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에 무게중심 쏠린 與, 비박불만 고조되지만 수적 열세에 구심점도 없어 속수무책

입력 2016-05-12 16:27

총선 참패 수습책으로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띄우기로 한 새누리당이 이런 방침을 정한지 하루 만에 내분에 휩싸였다. 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는 대외적으로 침묵하면서도 주요 사안마다 의견을 관철시키고 있다. 비박(비박근혜)은 반발만 할 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17일 정진석 비대위 체제 출범…非朴 “당 망하는 길”=새누리당은 오는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국위원회를 열어 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12일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가결될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는 총선 직후 해산된 최고위원회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혁신위 구성과 전당대회 실무를 준비하게 된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대충 땜질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평가 절하하는 보도를 봤는데 두고 보라”며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지도부 인선 등에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친박=총선 참패 책임’ 이런 식의 등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새누리당에 친박이 70~80명인데 그 사람들이 전부 책임이 있느냐. 그렇게 덤터기 씌우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 의제 조율차 국회를 찾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청 관계는 당의 자율성과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한 정 원내대표 말씀이 정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비박계는 밖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홍일표 의원은 PBC라디오에 출연해 “충격적 참패의 원인을 찾고 앞으로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자세 변화가 나오길 원했는데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혁신위가 용두사미가 되면 정말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당 혁신모임 소속인 하태경 의원도 CBS라디오에 나와 “당 수습책을 듣고 굉장히 절망감을 느꼈다”며 “전국위에서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비박계는 의원 수에서 밀리는 데다 구심점도 없어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대다수는 “자숙할 때”라며 입을 닫고 있다. 한 의원은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방침이 당선인 전체 설문조사를 거쳐 나온 결정이어서 대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與 원로들 “계파싸움, 靑눈치보기 그만”=정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총선 참패 8일 만인 지난달 21일 상임고문단을 만나 한바탕 쓴소리를 들었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집권 여당이 사람이 없어서 외부에서 혁신위원장을 찾느냐”며 “새누리당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 사람 중에 뽑아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는 가급적 앞당겨 새 대표가 당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몇몇 상임고문들은 공천 때 탈당한 무소속 당선인들의 조기 복당을 재촉하기도 했다.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 때문에 선거에서 졌는데 이제 계파 타령 좀 그만하라” “청와대 눈치 보지 말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외부 인사를 찾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현역이 아닌 당내 인사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