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대권 분리 규정 수정되나

입력 2016-05-12 16:27

여당에서 당권과 대권을 분리시킨 당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들이 상당수 낙선하거나 내상을 크게 입은 만큼 잠룡을 키워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12일 “대권 후보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혁신위원회가 현행 규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당권에 도전하고 싶어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될까봐 꺼려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당헌 93조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홍준표 혁신위원장 시절 마련됐다. 공정 경선을 위해 도입된 규정이지만 총선 참패로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외부 인사를 대권 후보로 영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권 후보가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도입하면 외부로부터 올 수 있는 분에게 문을 닫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사람들을 모셔 와서 새누리당의 대권후보로 옹립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를 놓고 친박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반기문 대망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총선 패배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그룹은 크게 위축돼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대권행보와 멀어졌다.

당내에선 “당권·대권 분리 문제보다는 무기력해진 당을 추스르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한 의원은 “지금은 당권·대권을 따질 게 아니라 민심을 제대로 읽고 당을 변화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