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강풍이 전국 최고의 구급대원을 꿈꾸던 소방관의 꿈을 앗아갔다.
지난 4일 강풍에 떨어진 연립주택 지붕 구조물을 처리하다 철판구조물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강원도 태백소방서 허승민(46·사진) 소방장이 12일 오전 8시12분쯤 끝내 숨졌다.
허 소방장은 지난 4일 0시51분쯤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양지연립 앞 도로에 강판지붕이 떨어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직원 4명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는 초속 20m 가량의 강풍이 불고 있었고 도로 위에는 연립주택 꼭대기에서 날아온 강판지붕이 널브러져 있었다. 허 소방장과 강태희(45) 소방장을 비롯한 동료 소방대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에 투입돼 강판지붕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불어 닥친 강풍에 강판지붕이 또다시 날아와 소방대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강 소방장은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그러나 허 소방장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20m 높이에서 떨어진 강판지붕의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현장에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허 소방장은 응급처치 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후 계속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사고 발생 8일 만에 숨을 거뒀다.
2003년 소방공무원에 투신한 허 소방장은 홍천과 정선, 태백소방서에서 근무한 13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대원이다. 그동안 재난·사고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조해 강원도의회 표창 등 다수 표창을 수상했다.
동료들은 허 소방장을 매사에 긍정적이고 굳은 일에 앞장서는 소방관이라고 전했다. 허 소방장은 1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공부하며 전국 최고의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바쁜 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직원들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으로 동료 직원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멋진 소방관이었고, 충실한 가장이일 뿐 아니라 부모님께는 효도하는 아들이었다”며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공부하는 등 매사에 열심인 동료였다”고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1월에 태어난 1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허 소방장은 전담업무가 응급처치 등을 담당하는 구급대원이었다. 그러나 사건 당일 태백에는 47건에 달하는 강풍사고가 집중되면서 현장지원에 나섰다가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영결식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태백소방서 광장에서 강원도청장으로 열린다. 강원도소방본부는 허 소방장을 소방위로 1계급 특진하고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태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야속한 강풍, 전국 최고의 구급대원 꿈꾸던 소방관 꿈 앗아가
입력 2016-05-12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