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때려 숨지게 한 청년…대법원 “정당방위 아니다”

입력 2016-05-12 14:49
“아무런 저항도 없이 도망가려는 절도범을 제압하는 수단치고는 불필요하고 과도했다…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구타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빨래 건조대와 벨트로 폭행해 숨지게 한 청년에게 결국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구타 대신 다른 수단으로도 충분히 방위 목적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2일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일명 ‘도둑 뇌사 사건’ 피고인 최모(22)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군입대 신체검사를 받은 2014년 3월 7일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그 다음날 새벽 3시쯤 귀가했다. 이때 자신의 집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며 물건을 훔치려 하는 김모씨를 발견했다.

최씨는 김씨를 향해 “당신 누구야?”라고 묻고 주먹으로 때려 넘어뜨렸다. 김씨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도망치려 하자 뒤통수를 수차례 발로 찼고, 빨래건조대를 집어들고 등 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최씨는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김씨의 등 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김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같은해 12월 25일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의 한도를 두고 큰 관심을 끌었다. 최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30분간 김씨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4분 남짓 때린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가 어머니나 누나를 해친 강도나 강간범일 수 있다고 여겼다”고 진술했다. 부엌에서 칼을 들고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결국 하급심과 대법원 모두 최씨의 행위가 절도범에 대한 대처의 한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2심은 “김씨가 최씨 또는 가족의 생명이나 신체를 중대하게 위협하였다는 정황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빈손으로 집을 빠져나가려고만 했을 뿐이었음을 참고한 판단이었다. 2심은 “그저 도망을 막으려 했다면 가정집에 흔히 있는 전선, 테이프, 넥타이, 운동화 끈, 허리띠 등으로 잠시 묶었다면 방위 목적이 실현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