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56)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 대표가 서울시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국민일보 5월 12일자 단독보도). 지난 2012년 3월 임기 3년의 대표이사로 임명된 조 대표가 재단을 무난히 이끌어 왔다는 평가 속에 지난해 연임됐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밝힌 조 대표의 사임 이유가 집필을 중단했던 소설의 마무리라는 것에 대해 문화예술계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조 대표가 12일 국민일보와 단독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직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직서를 이미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에서 11일 공식화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면서 “사직서를 낸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재단 대표를 연임하면서부터 언제쯤 퇴장하는게 맞을지 고민했었다”고 밝혔다.
현재 문화예술계는 그의 예상치 못한 사임 소식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대권 도전과 관련해 문화예술계의 명망가를 새로운 재단 대표로 앉히기 위해 그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사직의 첫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것으로 2005년부터 쓰기 시작했던 소설을 마무리 하고 싶었다.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일하느라 정말 많이 미뤄둔 상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박 시장님이 이제 7월이면 임기 후반에 접어드는 만큼 새로운 동력으로 시정을 추진하는게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재단 대표가 되면 선거 캠프에는 얼씬도 할 수 없다. 선거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단 대표를 박 시장님의 선거와 연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내가 보기에 박 시장님은 실용주의자라 명망가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새로운 재단 대표로 명망가가 올 수도 있지만 업무 능력이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문화예술 지원의 중심기관인 재단에서 4년간 대표를 역임한 소감에 대해 그는 “지자체 산하기관이 정부 산하기관보다 의사결정체계가 짧기 때문에 기동력 있게 일할 수 있다. 게다가 재단의 업무가 과거에는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 위주였다면 이제는 문화예술과 연관된 도시재생을 추구하는 시정과 맞물려 영역이 훨씬 넓어졌기 때문에 바쁘지만 재밌게 일했었다”면서 “재단이 2004년 출범해 사업이 다양화 되는 등 확장일로에 있었는데, 대표로 취임한 이후 창작공간 활성화 등 장르별 전문적인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화 하는 등 미래를 위해 안정적인 체계를 갖춘 것에 대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에게 예술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예술치유마을을 만들고 싶었지만 서울 시내에서 후보지를 구하지 못해 중단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사의 표명 이후 서울시는 재단의 주요 현안을 마무리짓는 등 업무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아직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의 사임 시기는 새로운 대표가 임명될 때까지 잠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기자 출신으로 연합통신, 한겨레신문을 거쳐 영화 전문잡지인 씨네21 편집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0년 소설을 쓰기 위해 씨네21 편집장을 그만둔 뒤 에세이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와 소설 ‘열정과 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을 지내는 등 국내 문화예술계의 대표적인 여성 CEO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사임한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 "재단의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에 보람"
입력 2016-05-12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