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12일 단독 촬영한 사진의 차량 내부는 한 목사의 피로 흥건해 있다. 차량 앞 왼쪽 운전석 자리는 물론 뒷 자석의 시트에도 피로 물들어 있었다.
지난 3일 중국 장백교회에서 열린 고 한충렬 목사 장례식 모습.
중국 공안은 지난 9일 사건 당일 한 목사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개인승용차를 장백교회와 유가족에게 돌려주었다. 한 목사가 피살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옷가지 등도 전달됐다.
숨진 한 목사는 지난 달 30일 중국 지린성 바이산시 창바이(長白) 조선족자치현 외곽의 야산에서 자신의 차량과 함께 발견됐다. 장백교회가 위치한 창바이 현은 북한 혜산시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국경도시로, 북한주민들이 탈북이나 무역 등을 하기 위해 오가는 길목이다.
숨진 한 목사에게 도움을 받은 북한이탈주민 A씨는 “한 목사님이 괴한의 흉기에 찔려 피 흘리며 고통 가운데 돌아가셨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비록 그토록 소망하던 남북통일과 민족복음화를 보지 못하고 떠나셨지만 한번도 북한이탈주민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신 목사님의 중국과 민족복음화의 사명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공안은 한 목사의 시신과 차량, 옷가지 등을 수습해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건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건 당시 혈흔 등의 증거와 목격자까지 있었지만 범인검거에는 실패했다. 수사결과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북한 소식통은 “중국공안이 한 목사 피살사건의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하기 위해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B선교사는 “범인들이 한 목사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도망쳤다”며 “북한 당국이 피살 사건과의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지에선 북한사람들의 소행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공안은 북·중 관계 때문에 범인을 잡을 수도 없고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족인 한 목사는 1993년 북·중 접경지역에 장백교회를 설립하고 음식과 약품 등으로 북한이탈주민을 도우며 북한구호 및 선교활동을 펼쳤다.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조선족이나 한국인 선교사에 대한 위협과 의문의 죽음, 실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8월 21일 중국 단둥에서 사역하던 김창환 선교사가 독극물 공격으로 사망했고, 그 다음날 강호빈 선교사가 독침 공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당했다가 다음해 5월 27일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13년 9월엔 김정욱 목사가 북한당국에 체포돼 무기노동형을 받아 억류된 상태다. 2015년 1월에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2015년 3월 26일엔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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