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쿨한’ 나이지리아 대통령…막말한 英 총리에 “사과할 것 없다”

입력 2016-05-12 00:16 수정 2016-05-12 01:32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자국에 대해 “환상적으로 부패한 나라”라고 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실언(失言)에 대해 “사과할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12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반부패 정상회담을 앞두고 캐머런 총리는 10일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한 리셉션에서 “몇몇 환상적으로 부패한 나라의 정상들이 영국으로 옵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장면은 당시 리셉션 장소에 부착돼있던 소형 마이크에 잡혔다.

런던에서 열리는 반부패 정상회의는 뇌물 수수와 돈 세탁 등의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취지로 각국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이 모여 국제회의를 논의하는 자리다.

캐머런 총리는 반부패회의에 참석하는 나이지리아 부하리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언급하며 이같은 실언을 했던 것이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위키피디아)

그러나 이런 실언에 대해 부하리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는) 사과할 필요 없다”며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영국 은행에 담겨 있는 빼돌려진 나이지리아의 자산들”이라고 덧붙였다. 

부하리 대통령이 이처럼 ‘쿨한’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난해 기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아프간은 전체 168개국 가운데 166위, 나이지리아는 136위를 기록했다.

나이지리아의 예미 오신바조 부통령은 지난 주 이전 정권인 조너선 굿럭 대통령 시절 부패한 관료들이 무기 거래 등에 사용한다며 착복한 정부 예산이 150억 달러(약 17조5500억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에는 나이지리아의 국영 석유회사가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정부에 갚아야 할 돈 250억 달러(29조2500억원)를 갚지 못했다고 당국자가 밝히기도 하는 등 부패 문제는 심각하다. 

부하리 대통령조차도 과거 연설에서 부패 문제를 ‘머리가 여럿 달린 괴물’에 비유하며 “나이지리아 사회의 고질병”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