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인가… 한은노조 분노의 카드뉴스

입력 2016-05-12 00:14

한국판 양적완화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한국은행 대신 한은 노동조합이 나섰습니다. 한은 노조는 11일 39장 분량의 슬라이드를 통해 “정책금융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1989년 이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은 노조는 먼저 해운·조선업 상황을 훑었습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지난해 이자비용만 각각 3349억원과 1759억원 썼다고 파악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조선 3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실도 적시했습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은 노조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겠다고 합니다”라며 종이를 윤전기에 집어넣어 돈을 찍어내는 삽화를 보여줍니다. 이어 “이를 한국판 양적완화라 이름 붙였습니다”라고 박근혜정부의 용어를 설명하는데, 지록위마 양두구육의 고사성어 그림도 첨부합니다.

이제부터 반론입니다. 한은 노조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부실기업의 도산을 막아주는 구제금융에 가깝습니다”라며 “부실경영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도 양적완화를 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에, 노조는 “부실자산 구제를 위한 자금을 모두 의회 승인을 거쳐 재정으로 조달하였습니다”라고 소개합니다. 관련법은 의회 보고 의무와 납세자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우리는 국회를 우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배경 설명이 더해져야 합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 여건이 미국 등 여타 선진국에 비해 건전합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권력 동원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또 “정부가 관리 부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괜한 논란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정부 정책에 발권력이 동원되는 악용 사례로 한은 노조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지폐를 화폐에 담아가서 빵을 사던 초인플레이션 당시의 독일 사례를 듭니다. 이후 독일은 나치즘에 정권을 내주고 세계 2차 대전과 소수민족 학살극을 낳았죠. 또 “우리나라도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당백전을 남발했다가 큰 혼란에 빠진 사례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포퓰리즘의 대명사인 아르헨티나 경제실패도 “집권세력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한은 노조는 결국 “재정 적자가 불량식품이라면, 발권력 동원은 마약이다”라는 지난달 성명서를 다시 끌어냅니다. 이어 “6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보였던 강압적이고 단순한 처방 대신 시장경제에 맞는 세련된 방법을 사용하자”라고 제안합니다. 이어 미국 중앙은행의 AIG 지원처럼 대출로 하자는 걸 환기함으로써 이주열 한은 총재의 ‘출자보다 대출’ 방안에 힘을 실어 줍니다.


노조는 마지막으로 “위험을 보고도 짖지 못하는 개는 결국 삶아질 뿐”이라며 “경제에 대한 워치독 역할은 중앙은행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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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