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의 미국 입국금지 같은 강경공약을 남발한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를 향한 세계 각국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비난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유럽에서는 ‘트럼프의 친구’를 자처하는 정치인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소개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탈리아의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43) 북부연합 총재다. 그는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를 방문해 트럼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미국 친구로부터의 환영’이라는 설명과 함께 트위터에 올리며 트럼프 지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평소에도 2차 세계대전 전범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를 공공연히 찬양해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막말과 선동적인 발언을 일삼아온 트럼프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거 무솔리니와 비슷하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창당인인 장 마리 르펜(87)도 올해 초 트위터에 “내가 만약 미국인이라면 트럼프에 투표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딸 마린 르펜(47) FN 대표가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비난한 것과는 대비된다. 그는 지난해 4월 유대인을 대량학살한 가스실에 대해 “역사의 사소한 부분”이라며 나치를 두둔하는 등 극우적 발언을 서슴지 않다 자신의 딸에 의해 FN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헤르트 빌데르스(52) 대표 역시 트럼프 지지자다. 그는 지난해 말 트위터에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미국에도 유럽에도 좋다”고 했다. 그는 줄곧 “난민수용은 이슬람 침공”이라며 국경 폐쇄를 주장했다.
제임스 서버 아메리칸대학 교수(정치학)는 “경기침체 속에 난민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나 사회적 비용이 이슈가 된 유럽에서 이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