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추억의 조각 만들기 김미량 작가 평창동 아트유저 '파란 봄 이야기’ 개인전

입력 2016-05-11 20:43
고향생각
파란 봄 이야기
파란 바람
유명한 조각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김미량 작가는 추억의 조각 만들기 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은 유년시절 놀던 기억들을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향인 제주도 감귤 과수원, 노란 대문,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었던 넓은 땅 등이 소재다.

작가는 “어린 시절 나는 하늘, 바다, 흙 속에 있었다.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 막연하게 꿈꾸는 휴식의 공간이 아닌 나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것이 내 작업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추억의 조각 이미지는 하나의 조각이었을 때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하지만 수많은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낸 화면은 강렬한 에너지와 함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런 작업을 위해 선택한 매체가 바로 오일 파스텔이다.

이 재료는 작가에게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어릴 적 그는 무엇인가 집중해서 색칠하고 반듯하게 오려내는 것을 즐겼다. 색칠공부와 종이 인형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이 경험들이 작업 과정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작가는 붓 대신 칼로 모든 면을 만들어 낸다.

테이핑을 한 후 칼로 오려낸 구멍 속에 오일 파스텔을 아주 빽빽하게 칠해 채우고 손으로 하나하나 문지른 후 테이프를 떼어낸다. 하나의 조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번의 행위가 필요하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조각을 만들고 그 조각들이 모여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된다.

끈기를 요하는 집요한 작업 과정이지만 그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놀이와 같다. 칼로 무엇인가를 오리는 행위로 자신만의 단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칼로 오려내어 만들어진 면을 좀 더 작은 단위의 분할된 면으로 만들고, 사실적인 이미지와 추상적인 단위를 조합시켜 새로운 몽타주를 만들어 낸다.

그의 작업 소재가 훨씬 다양해 졌다. 골목길의 풍경들은 자연과의 만남으로 더 넓은 공간으로 진출하고 보는 이에게 휴식을 안겨준다. 각각의 마음속에 저마다 색을 지닌 풍경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억의 조각 속에서 삶의 휴식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의 개인전이 ‘파란 봄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15 갤러리 아트유저(ArtUser)에서 5월 18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오일파스텔 회화 15점이 출품된다. ‘페친과 전시하기'의 하나로 아트유저가 SNS을 통해 작가들과 맺어온 크고 작은 인연들을 오프라인에서 소개하는 기획전시다(02-379-0317).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