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11일 5·18민주화운동 36돌을 앞둔 5월 단체 대표들에게 전 전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5월 단체는 “진정성이 없을 뿐 아니라 5·18당시 발포명령 등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5공화국 당시 특전사 보안대장을 지낸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는 이날 광주 상무지구 한 식당에서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과 정춘식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장, 김후식 5·18부상자회장, 5·18 36돌 행사위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시 중요한 자리에 있었고 3개월 후 대통령이 된 입장에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고,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싶다”며 “총체적 유감을 표한다”는 전 전 대통령의 의사를 전했다.
그는 또 5월 단체 대표들에게 신변안전과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보장될 경우 5월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5·18민주묘지를 전 전 대통령이 참배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연희동에서 전 전 대통령 내외와 정호용 전 국회의원 등과 회동한 내용을 5월 단체에 설명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간담회에서 5월 단체 대표들에게 “전직 대통령이 ‘사과한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5·18 희생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면 국민들은 사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을 설득해 망월동 구묘역 등의 참배에 대한 긍정적 뜻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경호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해 신변의 위험을 제기되는 광주 방문을 조심스러워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간담회 전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5·18 당시 발포 지시를 본인이 하지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총체적 책임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며 “확인된 5월 단체의 뜻을 전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5월 단체 대표들은 “5·18에 대한 전씨의 사과는 본인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할 때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더구나 발포명령을 부인하는 것은 사실상 진정성 없는 사과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차 이사장은 “우리가 전씨를 끌어내 억지로 용서받으려는 것처럼 비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5월 단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지금까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차 이사장은 “김 대표를 통해 전씨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지만, 아직은 아무런 결과물이 없다”며 “전씨가 중간에 사람을 써서 대변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본인의 의사를 언론에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5·18은 광주에 국한되는 게 아니고 전 국민의 아픔과 상처”라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또 “전씨가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 그것이 진정 어린 사과로 여겨질 때 광주 공동체와 오월이 사과를 받을지를 함께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차 이사장은 “대리인을 시켜 살짝 5월 단체의 입장을 떠보는 느낌”이라며 “진실성보다는 현 정부와의 대립각을 희석하고 회고록에 이용하고자 오월을 이용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며 “김충립 대표와는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월 단체 대표와 김 대표의 이날 만남은 지난해 1월과 지난달 26일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두 차례 광주 방문에서 ‘전 전 대통령의 사과를 주선해보겠다’는 뜻을 5·18 단체에게 전하며 지역 여론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간담회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을 지낸 입장에서 총체적 유감이라는 말에는 ‘죄송하다’ ‘잘못했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엉뚱한 해석을 내놨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전두환 전 대통령 총체적 유감 표명에 5월 단체 진정성 없다고 거절
입력 2016-05-11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