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인줄 알았는데... 장애인 등친 40대 구속

입력 2016-05-11 12:11
집을 나와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하던 지적장애 2급 김모(25)씨는 ‘돈이 생길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가출했을 때 만났던 박모(44)씨가 다가와 김씨 명의 주택청약예금 해약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 금융 지식이 부족하고 돈이 필요했던 김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박씨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3월 1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은행에서 박씨는 김씨 보호자 행세를 하며 돈을 찾고 김씨에게 200만원을 건넸다. 통장에 들어있던 돈은 400만원이었다. 남은 돈은 박씨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생활비가 떨어진 김씨 사정을 알게 된 박씨는 이번엔 대출을 권했다. 지난달 4일 OO저축은행에서 이씨 명의로 5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씨 손에 쥐어진 건 200만원 뿐, 300만원은 박씨가 챙겼다.

박씨는 추가로 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 2일 한 은행을 찾았다 덜미를 잡혔다. 김씨 부모가 은행에 김씨가 금융거래를 할 경우 연락해달라고 요청해놓아 은행직원 연락을 받은 부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장애인 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김씨 명의 통장 여러 개를 만들어 놓았는데 자꾸 목돈이 빠져나가자 불안한 마음에 김씨 부모는 은행에 조치를 취했다. 이번에 확인된 박씨 외에 다른 이들이 김씨 돈을 노리고 480만원 가량을 빼간 정황 역시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박씨는 돈을 가로챈 책임을 면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고시원비를 내주고, 박씨가 잘 돌봐주었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김씨를 도와주는 척하며 돈을 챙긴 혐의(사기)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