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상·김현회·제이콥 수상한 세 남자, 왜 만났을까…스타인헤븐

입력 2016-05-11 11:50 수정 2016-05-11 13:39
왼쪽부터 제이콥 작가, 원일상 목사, 김현회 실장. 강민석 선임기자

목사, 매니저, 작가 세 남자가 만났다. 분당 풍성한교회 원일상(42) 담임목사와 성도인 매니저 김현회(39), 작가 제이콥(필명·39)이다. 이들이 뭉쳐 연극 ‘버스를 놓치다’를 무대에 올렸다.

지난달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현회 실장은 “6년 전에 목사님에게 자선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기도로 준비한 끝에 지난해 6월에 하나님이 응답을 주셔서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김현회 실장은 드라마, OST제작 및 매니지먼트 회사인 (주)가지컨텐츠의 매니지먼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배우 이혜영, 박수영 등의 매니저다.

원일상 목사는 “김현회 실장이 저와 처음 신앙생활을 했는데 믿음이 자라고 자신이 문화 쪽에서 섬길 수 있는 게 뭘까 도전 받고 기도로 준비했다”며 “그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공연예술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기도했다”고 전했다.



김현회 실장이 처음 제작에 도전한 연극 ‘버스를 놓치다’는 인생에서 실패한 세 사람이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나 다시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연두, 성경선, 윤예준 등이 재능기부로 출연했다. 지난 1월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바라아트홀에서 열렸다.

원 목사는 “문화소외계층에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고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고 싶었다”며 “기도로 준비한 성도의 일에 교회도 기도로 물질로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현회씨가 결단했고 기도로 한걸음씩 떼는 모습이 참 귀했다”고 덧붙였다.

원 목사는 서울 모자이크교회(담임목사 박종근)에서 6년 동안 부교역자로 섬겼다. 지난해 5월부터 분당 풍성한교회 담임목사로 시무를 보고 있다.

‘버스를 놓치다’에는 많은 이들의 헌신과 재능기부가 있었다. 김 실장은 “물질의 걱정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하지만 기도의 응답을 받고 나서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이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공연은 올라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제작비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 동안 하나님에 저에게 부어주신 은혜를 생각했어요. 저에게 주신 십자가라면 즐겁게 지고 가려고 했습니다.”



연극 ‘버스를 놓치다’의 작가인 제이콥도 저작권료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그는 “김현회 실장님이 크리스천 마인드가 들어간 작품이면 좋겠다고 해서 ‘버스를 놓치다’를 추천했다”며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좌충우돌하며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에 예수님, 하나님은 나오지 않지만 공연을 보고 교회에 나가야겠다는 분도 있었고 객석에서 ‘아멘’이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 대사를 곱씹어보면 하나님의 마음이 녹아져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콥은 연극 ‘버스를 놓치다’ ‘레이니 데이’ ‘우리 하영이’ ‘상록수 연가’ ‘불휘’, 뮤지컬 ‘사랑은’ 등의 극본을 섰다. 연출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극 ‘버스를 놓치다’는 마무리됐고 공연의 수익금은 한국소아암재단에 기부됐다. 한국소아암재단은 백혈병 어린이를 비롯해 각종 소아암 등 힘겨운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를 지원하고 돕는 비영리 사회복지 단체이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1500명의 아이들이 소아암백혈병 진단을 받고 있다.

세 남자는 또 다음 작품을 계획 중이다. 원 목사는 “부교역자 시절부터 문화사역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었다”며 “모자이크교회 박종근 목사님,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인 성석환 목사님 등 문화선교를 하시는 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담임 목회를 할 때는 문화사역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현회 성도님이 계시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화선교의 사명이 있는 분들이 마음껏 활동 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도 도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현회 실장은 “매니저로 15년 동안 일을 했지만 공연 기획과 제작은 전혀 생소한 분야였다”며 “어려운 상황들도 많았지만 하나님이 이끌어주셨다. 앞으로도 기도로 준비하면서 꾸준히 이 땅에 선한영향력을 줄 수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콥은 “제 평생의 비전도 문화사역”이라며 “내 달란트를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쓰자고 기도했다. 그런 동역자를 만나서 기쁘다. 만남이 시작됐으니 앞으로 되어질 일에 대해서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