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아버지 살해한 패륜 남매 3차례 시도 끝에 범행

입력 2016-05-11 11:50
어버이날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40대 남매는 철저한 사전계획을 세우고 3차례 시도 끝에 패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남매는 구체적 범행 동기에 대해 ‘아버지의 가족 학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11일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문모(43)씨와 문씨의 누나(4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 남매는 8일 오전 범행에 앞서 수년간 왕래를 끊고 살던 광주 우산동 아버지(75) 아파트를 두 차례 찾아가 범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할 과도 등 도구를 구입한 문씨 남매가 지난 6일 밤과 7일 새벽 아파트를 잇따라 찾아갔다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아파트를 비우고 걸어서 5분 거리인 지인 채모(75·여)씨의 집에 머무는 바람에 범행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문씨 남매는 6일 처음 아버지 아파트를 방문하기에 앞서 편의점에서 청테이프 4개와 순간접착제 1개, 전선을 묶는 케이블 타이 2세트 등을 구입했다.

경찰은 지난 6일 밤 11시5분쯤 아버지 아파트를 찾아간 문씨 남매가 1시간여 만에 나온 후 7분여 만에 다시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7일 새벽 1시59분쯤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아파트 CCTV에서 확보했다.

문씨 남매의 범행동기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경찰은 한동안 묵비권을 행사해온 문씨 남매가 “어머니를 학대하고 요양병원에 버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대 교통사고를 당한 어머니가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씨 남매는 “2011년 8월 아버지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했다”며 “화가 나서 오피스텔로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장애를 가진 어머니에게 지급되는 기초수급비를 아버지가 가로채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데 썼다”고 주장했다.

문씨 남매의 어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과 치매를 앓다가 2011년 9월 숨졌다. 이들 남매는 이후 아버지가 참석하지 않은 채 장례를 치렀으며 그동안 아버지와 왕래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씨 남매 중 아들은 “어머니가 폭행과 성적 학대를 당했다. 아버지는 사람도 아니다. 사이코 패스다”라며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기 한 달 전인 지난 4월 아버지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난동을 벌여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문씨 남매가 어린 시절은 물론 성인이 된 뒤에도 아버지로부터 학대와 폭행을 당한 기억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0년~2011년 아버지에게 4차례 폭행을 당한 딸은 가정폭력으로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고 법원에서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 남매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한 아버지의 발언을 두고 분노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소유권 등 재산권을 둘러싼 갈등도 범행동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숨진 문씨는 젊은 시절 파독 광부로 일하다가 은퇴한 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생활비를 충당해왔다. 문씨 남매는 광주 우산동의 아버지 아파트를 3번째 찾은 지난 8일 오전 8시~9시 사이에 아버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버지 문씨는 다음 날인 지난 9일 오후 6시45분쯤 집안에 있던 대형 고무통 속에서 이불더미에 덮인 채 발견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