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최근 수년간 슬로스타터 이미지를 구축했다. 개막 첫 달에는 성적이 좋지 않다가 5~6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승수 쌓기에 나섰다. 그렇게 2011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정규리그 4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초반부터 선두권에 자리 잡아 5연패에 성공했지만 말이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월 한 달 내내 5위에서 9위를 오르내리며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여전히 쉽지 않은 순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되살아난 리드오프 배영섭과 박해민을 앞세워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대 3으로 승리해 2연승을 달렸다. 가장 돋보인 건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한 배영섭과 박해민의 활약이었다. 7안타 2타점 3득점을 합작해 승리를 이끌었다.
배영섭은 이날 3회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적시타로 결승타를 만드는 등 5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8회 한 차례 땅볼로 물러났으나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다섯 차례 출루했다. 1번 타자로서 충분히 제몫을 해낸 것. 지난달 0.271에 그쳤던 타율을 0.292까지 끌어올려 3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영섭은 “아직은 타격감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첫 두 타석에서 안타가 나와 좋은 결과로 이어진거 같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전했지만 분명 지난달보다 타격감이 올라온 모양새다.
박해민도 6타수 3안타 2득점 1도루를 올리며 배영섭과 함께 타선에 위력을 더했다. 11일 오전 기준 5월 타율은 무려 0.452(31타수 14안타)에 육박했다. 이달 8경기에 출전해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멀티히트 이상을 기록한 경기도 다섯 차례다. 박해민의 특기인 빠른 발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단 한 개의 도루만을 기록하며 지난해 도루왕 타이틀이 무색했다. 이달에는 벌써 4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박해민이 본격적인 도루 사냥에 나서면서 팀 전술적인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영섭과 박해민의 출루 횟수가 늘어나는 게 반가운 이유는 3, 4번 타순에 구자욱과 최형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 타선의 극심한 침체에 빠졌을 때도 3할 이상 타율을 유지하며 꾸준히 밥값을 해냈다. 배영섭이나 박해민이 출루하면 최형우가 희생플라이나 뜬공으로 타점을 올리며 자연스레 삼성의 득점으로 연결했다.
삼성은 15승16패로 kt 위즈와 함께 공동5위에 올라섰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는 2.5경기차. 상위권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언제든 순위표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졌다.
남은 관건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복귀까지 잘 버텨주는 것이다. 삼성은 투수진에 차우찬과 콜린 벨레스터, 김건한이 전력에서 이탈했고 마무리 안지만도 허리통증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타선에서는 베테랑 박한이와 김상수, 아롬 발디리스가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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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1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