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와 옥편’(김광수 著)은 인생사를 기억으로 더듬은 책이다. 저자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아버지와 나눈 교감과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갔다. 어떻게 보면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나이 오십에 들어선 세대에겐 공통의 경험이다. 그 땐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현재를 있게 한 큰 가르침이다.
이 책은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는다. 당연히 거창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통해 삶의 기쁨과 애잔함을 잔잔하게 풀어냈다. 때문에 문학적이거나 철학적이지 않다. 나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처럼 편하다. 있는 그대로다.
아버지 세대는 배고프고 힘들었다.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한(恨)은 가슴에 품어야만 했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아버지는 늘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웠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당신은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식은 그 운명을 깨고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 책의 제목 ‘지게와 옥편’은 이런 아버지의 고단한 삶과 간절한 꿈을 잘 전달한다. 저자는 후기에서 “지게는 아버지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생업이자 생활이었다. 지게는 어쩌면 아버지가 평생 져야 했던 삶 그 자체였을 터이다. 그리고 옥편은 아버지가 알고자 하셨던 미지의 세계, 이루지 못한 꿈,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을 상징한다”라고 말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북리뷰] 지게와 옥편
입력 2016-05-10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