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시대’를 열어갈 북한의 핵심 지도부가 공개됐다.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인물들을 상당수 남기는 대신 일부 젊은 인재들을 보충하는 형태로 ‘노·장·청’ 조화를 이뤘다. 급격한 세대교체에 따른 체제 불안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을 확대하는 등 군보다 당에 무게중심을 두는 기존 흐름은 유지됐다.
◇김여정, 당 중앙위 위원으로… 김경희·이용무·오극렬은 퇴진=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차 노동당 대회 나흘째인 지난 9일 실시된 정치국 및 중앙위원회의 선거 결과를 10일자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부장은 ‘백두혈통’으로서 이번 당 대회 때 급격한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고위급으로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이번엔 정치국은 물론 신설된 정무국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부부장의) 정무국 진출 등은 부담을 안는 인사다. 중앙위 위원은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2013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면서 함께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희는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사실상 권력 핵심부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용무·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또한 이번에 퇴진하면서 2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핵심 기관이었던 국방위원회의 위상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88세 고령으로 이번에 퇴진이 예상됐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됐다. 처형설이 나돌았던 이영길 전 군 총참모장은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 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처형이 아니라 숙청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난 2월 숙청 이후) 적당한 시간이 지나 일을 맡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룡해·박봉주, 권력 전면으로… 김정은 직함은 무려 9개=‘김정은 시대’의 특징인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으로의 전환은 이번에도 재확인됐다. 박봉주 내각 총리와 최룡해 당 비서가 북한의 핵심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했다.
특히 상무위원이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되면서 군의 위상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과거에는 군 대표격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3분의 1의 지분을 가졌다면, 이번에 2명이 추가되면서 5분의 1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통치에서 군의 역할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되 당의 비중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용 외무상의 약진도 주목할 만 하다. 그는 이번에 정치국 위원과 함께 중앙위 정무국 부위원장과 부장에 선출됐다. 건강이상설이 있는 강석주 당 국제담당비서를 조만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라 차기 외무상 물망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총 5개의 당직을 거머쥐었다. 위원장 외에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중앙위원회 위원 등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 인민군 원수,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까지 합하면 9개다. 다만 ‘당 제1비서’가 ‘당 위원장’으로 개편됨에 따라 아버지의 ‘유산’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함도 조정될 개연성이 있다.
◇북·중 관계 향방은… 최룡해 역할론 주목=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핵보유국’ 주장을 다시 강조함에 따라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와중에 북·중 관계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김정은의 당 위원장 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시 주석이) 신속히 축전을 보낸 건 5차 핵실험을 강행하지 말라는 중국 요구를 북한이 수용한 데 대해 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최룡해 비서가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 그가 북·중 관계에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인민일보가 시 주석 축전을 10일자 1면 최상단에 올리면서도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에 ‘동지’ 호칭은 빼버렸다. 때문에 섣불리 북·중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북한 노동당 대회...노장청 조화에 주력
입력 2016-05-10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