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유근기 곡성(谷城) 군수가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입니다. 영화 ‘곡성’(哭聲) 개봉을 앞두고 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의 군수로서 우려와 기대를 담은 내용인데요. 네티즌들은 지역을 사랑하는 군수의 마음이 멋진 필력으로 잘 담겼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화제가 된 글은 지난달 22일 전남일보에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유근기 곡성 군수의 칼럼입니다. 유 군수는 우선 나홍진 감독의 범죄스릴러 영화 ‘곡성(哭聲)'의 개봉을 앞두고 곡성(谷城)에 대한 이미지에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사측에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영화 포스터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했고 영화 상영 시 ‘본 영화 내용은 곡성 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점을 내보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군수는 영화와 지역을 무관하다고만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우려가 기대로 변하길 기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오모리의 합격 사과 에피소드를 거론했습니다.
1991년 일본 아모모리 현 사과농장이 태풍으로 90%에 이르는 낙과 피해를 입었는데 10% 남은 사과를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로 마케팅해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은 낙천적이다. 우리 고전을 보면 부조리한 현실을 그릴 때도 비장함보다 해학으로 엮어내곤 했다”면서 “영화와 우리 지역이 무관하다고 아무리 주장한들 사람들의 머릿속 연상마저 막을 길은 없다. 우리 민족의 낙천성을 믿고 역발상을 통해 곡성군의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곡성 자랑을 늘어놓았는데요.
‘초록잎의 발랄함과 갈맷빛 사철나무의 들뜨지 않는 엄정함에 감탄할 수 있다면 우리 곡성에 올 자격이 충분하다. 유리창에 낀 성에를 지워가며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곡성에 와야 한다.
봄날의 곡성은 아침이면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에서 표현한 대로 '피부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으로 상쾌하다. 해가 산머리 위로 오르면 따스한 봄볕은 어느새 새벽의 기운을 물리치고 섬진강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온기를 나눈다. 10㎞에 이르는 강변길에는 가지와 이별한 벚꽃 잎이 강바람을 타고 미처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철쭉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5월이면 열흘간 열리는 곡성세계장미축제에는 1004종 수천만송이 장미가 내뿜는 향기가 가득하다.
곡성은 길의 고장이다. 하늘 닮은 섬진강은 쉴 새 없이 흐르면서도 속도로써 우리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 옆에는 물길 따라 자전거길, 자동차길, 기찻길, 숲길이 겹을 이루고 있다.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서는 사람도 서로 만나 소담한 마을이 만들어지고, 마을마다에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우리네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그리워 어깨를 한껏 낮춘 산들은 토란과 능이버섯을 아낌없이 베풀어 준다. 들녘에는 새벽이면 이슬로 변하는 섬진강을 머금은 채 딸기, 멜론, 블루베리 등이 영글어 간다. 저녁이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정담을 나눈다.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희망들이 섬진강 윤슬처럼 함께 반짝이는 곡성은 그야말로 자연 속의 가족 마을이다.’
캬, 멋진 문장 아닙니까 ? 네티즌들도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필체로 곡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유 근수의 필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 분, 시인 아닙니까?”
“글을 보고 다음 가족 여행지는 곡성으로 정했습니다.”
“곡성 사랑이 절절하게 묻어나네요. 군수님, 짱이예요!”
“수필 같은 글, 정말 잘 봤어요.”
“우와 영화를 기회삼아 지역 마케팅! 군수님 멋집니다!”
이런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유 군수를 찾아봤는데요. 얼굴도 미남이시네요. ^^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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