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갈수록 폭발력이 강해지고 있다. 그는 10일(한국시간) 현재 2015-2016 시즌 프랑스 리그앙 29경기에서 35골을 기록 중이다. 다른 대회까지 모두 합치면 무려 45골이나 몰아쳤다. 전날 발표된 2016 프랑스 리그앙 올해의 선수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문신이다.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해 새긴 문신이 아니다. 문신 속에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다.
즐라탄은 1981년 10월 3일 스웨덴 말뫼의 이민자 지구인 로젠가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셰피크는 보스니아계 무슬림이었고, 어머니 유르카 그라비치는 크로아티아계 가톨릭 신자였다. 부부는 즐라탄이 두 살 때 이혼했다. 즐라탄에겐 5명의 형제(형 한 명·여동생 세 명·남동생 한 명)가 있는데, 이들 중 둘은 아버지가 데려온 아이며, 동생은 어머니가 이혼 후에 얻은 이복형제다. 가정사가 복잡했지만 즐라탄은 가족을 끔찍이 사랑했다. 몸에 새겨진 문신이 이를 증명한다.
즐라탄의 오른쪽 손목엔 그의 아버지와 형, 남동생 그리고 두 아들의 생일이 새겨져 있다. 왼쪽 손목 안쪽엔 그의 어머니와 누나의 생일이 문신으로 남아 있다. 더 강한 오른쪽 손목엔 남자들의 생일을, 심장에 더 가까운 왼쪽 손목엔 여자들의 생일을 새긴 것이다. 오른팔엔 아버지 이름인 ‘Sefik’과 두 아들의 이름인 ‘Maximilian’, ‘Vincent’를 새겨 넣었으며, 왼팔엔 어머니 이름인 ‘Jurka'를 새겼다.
즐라탄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기 위해 왼쪽 옆구리에 ‘Only God Can Judge Me(신만이 나를 심판할 수 있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오른쪽 어깨엔 그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마오리족 전통 문양을 새겨 넣었다. 오른쪽 옆구리엔 그의 개성을 상징하는 붉은 용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위엔 H자 새겨진 하트 문양의 카드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그의 아내 Helena Seger를 의미한다. 그의 등 왼쪽 상단엔 남성성을 상징하는 잉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잉어 아래엔 완벽한 인간형을 상징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 남자’ 형상이 있고, 오른쪽 옆엔 불교 문양이 있다. 등 상단엔 힘과 용기를 나타내는 독수리 깃털로 장식돼 있다.
즐라탄은 어릴 때 로젠가드 골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볼을 찼다. 학교에 다닐 땐 운동장에서 볼을 쫓느라 수업에 늦기 일쑤였다. 그는 1999년 스웨덴 말뫼 FF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4개국(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서 6개의 팀(아약스, 유벤투스, 인터 밀란, FC 바르셀로나, AC 밀란, 파리 생제르맹)을 거쳤다. 그는 전형적인 ‘저니맨’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행보에 대해 “내가 자주 팀을 옮기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나는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기를 원했다. 누군가는 한 팀에 머물며 안정적인 삶을 택하겠지만 나는 항상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담았던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우승 청부사’로 통한다.
우범지역인 로젠가드에서 험하게 자란 즐라탄은 거칠고 자기중심적이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했다. 상대 팀 선수들은 물론 같은 팀 동료들과 감독, 단장과도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가정에선 한없이 너그러운 ‘아들 바보’다. 그는 아내 헬레나와의 사이에 두 아들(10세·8세)을 두고 있다.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은 지구촌 아이들에게로 퍼져 나갔다. 그는 지난해 2월 15일 열린 캉과의 리그앙 경기에서 전반 2분 만에 득점을 한 뒤 상의를 벗었다. 그의 몸엔 문신이 가득했다. 그가 경고까지 받으면서 세리머니를 한 이유는 상체에 새긴 문신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기아에 굶주린 50명의 이름을 몸에 새긴 그는 유엔세계식량계획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금 세계에서 8억 500만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전쟁, 자연재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다. 오늘부터 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도울 것이다”고 천명했다.
즐라탄은 2011년 펴낸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 사는 모든 아이들, 특히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런저런 이유로 남들에게 비난 받는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싶다. 남들과 똑같지 않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마라.”
즐라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파리 생제르맹과의 계약이 끝난다. 그의 차기 행선지가 AC 밀란(이탈리아)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이상 잉글랜드)도 즐라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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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