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년’ 송유근의 논문 표절 논란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의 표절 판정으로 송유근과 그의 지도교수인 박석재(59)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인데요.
인터넷에서는 박석재 위원이 최근 또다시 불거진 새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정보 공유를 위해 아이디어를 올리는 아카이브에 올린 글을 또 표절이라고 주장한다’고 한 입장에 대한 반박 의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송유근과 박석재 위원에 대한 비판 의견은 디시인사이드 물리학갤러리(이하 물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디시 물갤의 ‘김물리’라는 네티즌은 지난 3일 ‘송유근이 최근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이 송유근을 가르쳤던 조용승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2011년 논문과 흡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물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두 논문의 비슷한 부분을 조목조목 비교해 올렸습니다.
또 논란이 일자 박석재 위원은 개인 블로그에 ‘참담한 마음으로 글 올립니다’는 제목으로 “정보 공유를 위해 아이디어를 올리는 아카이브에 올린 글을 또 표절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제 불찰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인정받거나 학회지에 실린 논문이 아닌데 표절이라고 비판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디시 물갤의 ‘늙다리 기자’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9일 “박석재 위원은 정식 논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패럴만은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으로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했다”고 적었습니다.
푸앵카레 추측이란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1904년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한 것으로 우주의 형태와 구조에 관한 수학 문제입니다. 수학계의 100년 난제였지만 러시아 은둔 수학자 그리고리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이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세 차례 인터넷에 해법을 담은 논문을 띄워 이를 증명했습니다. 이 논문이 참으로 확인되자 국제수학연합은 2006년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한 공로로 페렐만을 수장자로 선정했습니다. 페렐만은 수상을 거부해 더욱 화제를 모았죠.
네티즌들은 이를 근거로 ‘수학계 대사건을 일군 페렐만의 논문도 정식 논문이 아니었다. 송유근의 새 논문이 저널에 실린 논문 최종본이 아니라도 논문은 논문이다. 그 논문이 다른 논문과 거의 똑같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박석재 위원은 지난해 불거진 논문 표절 여파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UST는 4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구 부정과 ‘밝힐 수 없는 품위 손상’ 등의 사유가 있어 지난 9일 논문의 교신저자였던 박석재 위원을 교수직에서 해임했습니다. 아울러 제1저자인 송유근에 대해서는 2주간의 근신과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징계가 진행되고 있다는데요. 이 징계는 그러나 송유근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여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송유근의 첫 번째 논문 표절 의혹이 일었을 때 박석재 위원은 “논문 앞부분은 비슷하지만 중요하지 않고 핵심인 편미분방정식이 다르므로 둘은 다른 논문”이라면서 “2002년 내가 하지 못한 작업을 2015년에 유근이가 해냈다”고 해명했는데요. 박석재 위원의 입장에서는 논문 게재 철회와 교수직 해임이라는 유탄만 맞게 된 셈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송유근에 대한 징계가 약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교신저자인 박석재 위원이 해임됐는데 어째서 제1저자인 송유근은 근신과 반성문 제출에 그치냐는 것입니다.
한편 박석재 위원은 해임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전 블로그에 “유근이와 제가 치른 ‘혹독한 대가’ 중 하나가 오늘 보도됐네요. 이 점에 대해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오직 유근이가 좋은 논문을 쓰도록 도와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서둘렀다는 오해는 정말 받고 싶지 않네요. 유근이는 내년 졸업해도 최연소 박사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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