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 평생의 한을 이렇게 이루게 되니 기쁘네.”
이수열(81) 할머니는 11일 반백년이 넘도록 간절히 바라던 ‘초등학교 졸업’ 자격을 뒤늦게 얻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씨를 비롯해 4433명이 ‘2016년도 제1회 초·중·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씨는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지내면서 소학교 3학년까지 다녔지만 해방 이후 원산을 거쳐 서울로 내려오면서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그는 “서울에 오니 6·25전쟁이 일어났다. 힘없는 나라의 가난한 백성이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 청원초등학교에서 다시 책을 펼쳤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 나니 비로소 ‘나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북한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남편(87)이 든든한 ‘과외선생님’이 돼 줬다. 이씨는 “이제 길이 열렸으니 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쭉 공부할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올해 첫 검정고시인 이번 시험은 서울 시내 14개 고사장에서 6299명이 치러 그중 4433명이 합격장을 받았다. 합격률은 70.38%다. 최고령 합격자는 초졸에서 이씨, 중졸에서 이상학(74)씨, 고졸 최복석(84)씨다. 최고득점 합격자는 모두 전과목 만점을 받았다. 초졸은 허모(12)양 등 21명, 중졸 손모(14)군 1명, 고졸은 김모(20·여)씨 등 9명이다.
서울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나 자동응답안내서비스(060-700-1918)에서 합격을 확인할 수 있다. 합격증은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후 6시까지 서울교육청 내 학교보건원 1층에서 받으면 된다. 수여식은 19일 오후 4시 서울교육청 11층 강당에서 열린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70년만에 받아든 초등학교 졸업장'...서울교육청 검정고시 4433명 합격
입력 2016-05-10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