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화장실 전쟁

입력 2016-05-10 08:13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9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화장실 사용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9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법무부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성(性)소수자 차별법’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월권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무부는 이 법률이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3월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연방정부는 ‘성소수자 차별법'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의 팻 매크로리 주지사는 법무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기로 했다. 매크로리 주지사는 노스캐롤라이나 롤리 연방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법무부의 입장은 근거도 없고 노골적인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앞서 지난 주 매크로리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노스캐롤라이나의 성소수자 차별법은 인종·민족·국가·종교·성별에 따른 차별대우를 금지한 시민권법(Civil Rights Act)과 여성차별금지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치 장관은 노스캐롤라이나가 이날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린치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안은 단순히 화장실 문제가 아니다”면서 “동료 시민에 대한 존엄과 존중에 관한, 또 국가와 국민의 하나로서 우리가 모두를 보호해야 하는 법률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계열 산하 17개 대학에도 이 법이 성별로 교육에서 차별당하지 않을 시민권을 침해한다고 경고했다. 법무부는 주립대가 성소수자들에 대한 화장실 차별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의 지원금 삭감 가능성도 시사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의 성소수차 차별법 시행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66)과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75)가 노스캐롤라이나 공연을 취소했으며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미 프로농구(NBA)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릴 예정인 2017년 올스타전 개최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이 법은 어느 정도 정치적 요구에 의해, 성소수자 반대 감정에 의해 추동된 측면이 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 법은 잘못된 것이며 잘못된 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