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면 월가 자금, 클린턴에 쏠려

입력 2016-05-10 06:11

월가의 자금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외면하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 쏠리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클린턴이 월가로부터 모은 후원금 420만 달러 가운데 34만4000달러가 3월 한 달에 걷혔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집계로는 경선전을 시작된 지난 1∼2월 클린턴이 월가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전체의 33%였으나 3월에는 53%로 급증했다.

클린턴의 작년 월가 후원금 비율이 32% 정도였다는 점에 비춰 보면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트럼프에 대한 월가 후원금은 3월까지 1%를 넘어본 적이 없다.

최근까지 메릴린치의 투자전문가로 일했던 마리오 파레데스는 평생 공화당만을 지지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조지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를 후원했으나, 결국 클린턴으로 마음을 굳혔다.

파레데스는 “트럼프의 히스패닉 이민자에 대한 발언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고개를 돌렸다.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보다 3배나 많은 월가 후원금을 받았는데, 그 돈이 일부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으로 역류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가 지금까지 금융권을 상대로 공격적인 펀드레이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예단하기는 이른 면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경선자금의 4분의 3을 스스로 충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카콜라, 월마트 등 대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해온 공화당 전당대회 후원을 꺼리면서 트럼프 캠프가 이제부터 부족분을 메울 모금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700만 달러 정도이나 이를 조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