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복에서 태권도복으로... 일본 장애인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변신

입력 2016-05-10 00:06
출처: 아사히

은퇴한 일본의 장애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태권도 선수로 새 인생을 시작해 화제가 됐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은메달리스트 오타 쇼코(26)가 주인공이다. 일간 아사히 신문은 9일 오타의 사연을 전했다.

 지난 4월 18일 마닐라에서 열린 장애인 태권도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오타는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일본 대표로 나선 이 경기에서 오타는 영국 선수에게 1― 8로 패했지만, 참가자가 4명에 불과해 다소 쑥스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타는 지난 2006년 일본 선수단 중 최연소 나이인 16세로 토리노 동계올림픽부터 3대회 연속 참가했다. 마지막 대회였던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일본 선수단 기수로도 나섰다.

크로스컨트리 선수 시절의 오타 (출처: 슬로우스타일닷컴)


은퇴한 뒤 태권도를 접한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일본 재단이 운영하는 패럴림픽 서포트센터 태권도 체험회에 시험 삼아 참가한 게 시작이었다.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오카모토 요리코(44)가 그를 가르쳤다. 

오타에게는 왼손 손가락이 없다. 하지만 장애인 태권도에서 정권을 사용한 득점은 인정되지 않아 불이익이 적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했던 덕분에 하체 힘이 좋은 게 태권도를 할 때도 장점이다. 주 2회씩 도장에 다니면서 태권도의 매력에 빠진 그는 반년만에 대표팀 도복을 입었다.

장애인 스포츠에서 한 선수가 두 개 이상의 종목 선수로 출전하거나 종목을 바꾸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스키 종목에서 격투기 변신은 이례적이다. 장애인 태권도는 2020년 도쿄 장애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예정이나 일본 내 장애인 태권도 인구는 채 100명에 못 미친다.

오타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자원 봉사를 하려고 했다”면서 “선수로 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매우 즐겁게 태권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