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종로 콘서트홀 건립 시민토론회, 부지 놓고 입장 팽팽

입력 2016-05-09 21:18 수정 2016-05-09 21:31
9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9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시민토론회’에서 찬반 양측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클래식 콘서트홀을 짓는 것까지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한글과 민족혼의 유적이 있는 세종로는 안된다.” “세종문화회관과의 연계 및 관객의 접근성을 위해 세종로에 클래식 콘서트홀을 지어야 한다. 문화재는 콘서트홀 안에 이전함으로써 의미를 이어갈 수 있다.”

9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14년부터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 서울시향이 상주하는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추진해온 서울시가 부지 선정을 놓고 여론을 듣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클래식 콘서트홀 부지 선정을 두고 이견이 나오는데다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하지만 찬반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만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박대우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강남권에 예술의전당과 제2롯데월드 콘서트홀(올해 8월 개관 예정)이 있는데 반해 강북권에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이 취약하다”며 콘서트홀 건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클래식 콘서트홀이 건립되면 서울시향이 상주하면서 지금보다 3배 많은 정기공연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클래식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클래식 콘서트홀 추진계획에 따르면 세종로 공원(부지면적 8855㎡)에 2000석 규모의 클래식 콘서트홀 및 부대시설이 들어간다. 지상 5층~지하 6층 규모로 연면적으로는 콘서트홀 2만1382㎡, 지하 주차장 4만6288㎡다. 전체 예산은 1912억원으로 이 중 812억원은 민간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과 관련해 오는 7월 지구단위계획 변경 및 교통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하고 8월에는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에는 이영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유윤종 동아일보 문화사업팀장, 김종택 한글학회 이사장, 김주중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회장 등 5명이 참가했다.

공연 및 언론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클래식 콘서트홀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서울 인구 대비 클래식 콘서트홀의 수는 물론 OECD 및 아시아의 주요도시와 비교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두 차례 서울시의 여론조사에서도 일반 시민의 70%가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에 찬성했으며 강북에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또 토론에 참석한 공연 및 언론 관계자들은 클래식 콘서트홀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접근성 면에서 세종로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글학회와 정보통신역사학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세종로 공원이 정보통신 발상지이면서 조선어학회 선열을 기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콘서트홀 예정 부지에는 2011년 개장한 한글글자마당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한편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조선시대 육조와 한성전보총국 터의 표석 등이 세워져 있다.

김종택 한글학회 이사장은 “역사적 상징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서양음악 콘서트홀을 짓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세종로에 콘서트홀을 짓는 것이 일제가 대한제국의 국권을 찬탈한 후 민족사의 정통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복궁 앞자락에 현대식 조선총독부 청사를 건립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공연계 관계자들은 클래식이 이제는 누구나 가까이 접하는 예술이라는 것과 함께 세종로 공원에 콘서트홀을 건립한다고 해서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영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은 “중요무형문화재 1호인 종묘제례악의 정대업과 보태평을 직접 작곡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이라면 콘서트홀 건립을 반대하지 않았을 거 같다. 콘서트홀 안에 한글 및 음악에 대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슬기롭게 절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7월 지구단위계획 변경 및 교통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하고 8월에는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