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단원고 ‘존치교실’이 결국 이전한다. 참사 발생 732일 만이다. 갈등은 있었지만 끊임없는 대화와 이해, 양보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치유와 미래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디딘 것이다.
4·16가족협의회, 단원고,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지원청 등 7개 기관은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명선 가족협의회 위원장,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제종길 안산시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등이 협약기관의 대표로 참석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 및 운영·추모 행사 적극 지원, 존치교실 한시 보존 관리 및 단원고·안산교육 발전 지원, 추모조형물 조성 및 단원고 학교운영 참여협의체 운영 등이다.
이에 따라 존치교실 내 책걸상 등 ‘기억물품'은 안산교육지원청 강당에 원형 그대로 옮겨진다. 또 단원고 인근 일대에는 ‘4·16 안전교육 시설'이 지어진다.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3835.90㎡ 규모다. 이곳에는 11개의 추모시설과 관리시설, 연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9년 완공 목표다. 사업비는 90억원 안팎이며 비용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등이 분담하게 된다.
안전교육 시설이 지어지면 기억물품들은 모두 이곳으로 이전돼 영구 보존된다. 존치교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지거나 실종된 250명의 2학년생이 이용했던 곳이다. 10개 교실로 현재 생전 학생들이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방문객이 남긴 추모 메시지와 선물들도 가득하다. 협약이 이뤄짐에 따라 존치교실은 올해 들어온 신입생 301명의 수업공간으로 환원된다.
이번 합의는 유족, 재학생 학부모, 학교, 교육 및 종교 단체 등의 대화와 사회적 중재로 이뤄졌다.
유족과 학무모의 갈등은 올해 희생자 동급생들이 졸업하고, 신입생 입학으로 교실난이 불거지면서 첨예화됐다. 학부모들은 학습권을 보장해 달라며 ‘보존'을 주장하는 유족 측과 대립했다. 학교 측은 학습 공간 부족에 따라 컴퓨터실을 반으로 쪼개고, 교장실을 교사(校舍) 밖 컨테이너로 옮기는 임시 처방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중재로 유족, 학부모, 교육청, 학교 측이 총 65일 동안 9차에 걸친 공감의 시간을 가졌고 결국 이날 최종 협의안을 만들어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아픔을 승화하고 양보와 협력으로 대승적 합의를 이루어낸 것이다.
전명선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 지난하고 힘든 시기를 거치며 노력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며 “이번 합의가 안전교육의 장으로 완전히 전환되는 첫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존치교실 관련 협의회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아픔을 공감한다. 영원히 기억한다. 교육을 바꾼다.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한다”였다.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희망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해답이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753일 만에 대화와 설득으로 ‘존치교실’ 이전된다
입력 2016-05-09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