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6·25가 남침이 아니라고 배운 사람 있나요?” “아니요.” “이런데도 학교에서 남북 모두 책임있는 것처럼 가르친다고 ‘어떤 분’은 말씀하시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9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에서 열린 ‘역사교육, 우리도 할 말 있어요' 토론회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역사교육 전반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교육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6 역사교육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7개 교육지원청(동부·서부·북부·중부·성북·강동송파·성동광진) 소속 학생 130여명, 학부모·시민 등 총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부는 ‘역사교육 토크쇼’로 꾸며졌다. 천재교육 검정 한국사 교과서 저자 주진오 상명대 교수, 심용환 ‘역사전쟁’ 저자, 권오청 가재울고 역사교사 등이 ‘미래지향적 역사교육 방향'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교육청 측이 국정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토크쇼는 자연스럽게 국정화 이슈로 흘러갔다.
서울교육청 민주사회를 위한 역사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주 교수는 국정과 검·인정 체제의 교과서 제작 흐름을 설명하며 교육부의 국정화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검·인정제도 집필자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 심의를 거친다. 교과서가 여러 개라 입시가 혼란스럽다는 것도 오해”라고 설명했다. 또 “선진국들은 자유발행제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검정에서 국정으로 역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고 꼬집었다.
주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화를 추진하며 언급했던 ‘6·25 남침’ 얘기를 꺼내며 “학교에서 6·25가 남침이 아니라고 배운 사람 있냐”고 물으니 “아니요”라는 학생들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런데도 ‘어떤 분’은 학교에서 양쪽이 책임이라고 가르친다고 말씀하시는데 이해되지 않는다. 또 ‘어떤 분’들은 ‘다른’ 시각을 ‘틀린’ 시각으로 본다”며 정부 논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 작가는 “정권을 떠나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 국정교과서의 문제”라며 “올해 EBS 수능특강에선 ‘민주주의의 실현과 발전’ 대목에 5·16 군사정변이 민주화 운동과 함께 서술돼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권 교사도 “한 그릇에는 다양한 시각과 이야기를 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영미 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에 반한다는 점에서 국정화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목표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2부에는 20개 테이블에 6명 안팎의 참가자들이 모여 ‘역사시간,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라는 주제로 원탁토론을 했다. 학생들은 ‘바람직한 교육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면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교내 역사동아리 회장을 맡은 덕수고 2학년 조성연(17)학생은 “국정화에 반대했는데 오늘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자유롭게 비평하며 소신을 밝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역사교육”이라고 말했다. 장위중 3학년 장민서(15)군도 “한 가지 주장이 아닌 상반된 의견과 공과를 함께 서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일비즈니스고 2학년 김보경(17·여) 학생은 “시험을 위해 외우기만 할 게 아니라 역사에 대해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하는 수업이 재밌고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정부 간섭 없는 교육’ ‘주관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객관적인 교육’ ‘여러 의견이 오면서 시끄러워지는 교육’ ‘자신만의 사관을 말할 수 있는 교육’ ‘승자의 관점으로만 기록하지 않는 교육’ ‘1등급 경쟁에서 벗어나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 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역사교과서 국정 역행 '세계 최초'"…학생들 "다양한 관점 가르쳐주세요"
입력 2016-05-09 19:26 수정 2016-05-09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