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9일 국회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 모아진 총의가 저의 유일한 가이드라인이고 오더가 될 것”이라며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총선 참패 직후 분출됐던 혁신 비대위 운영이 흐지부지되고,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김병준 전 노무현 대통령 정책실장은 ‘새누리당에 바란다’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이번 총선에서처럼) 4년 뒤 또 용서를 구하며 한 표만 달라고 할 거면 정치하지 말라”고 했다.
◇김 빠진 비대위 끝장토론=이날 총회는 지난 3일 정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선출 이후 처음 열렸다. 총선 참패 한달이 다 되도록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만 뽑아놓고 아무런 수습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무기력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핵심 의제는 비대위 구성과 성격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 눈치 보느라 비대위를 포기했다고 하는데 눈치 본 적 없다”며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겠지만 주문을 여과 없이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끝장 토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회의 분위기는 내내 뜨뜻미지근했다고 한다. 한 당선인은 “장외 논쟁을 되풀이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동안 비박(비박근혜)계에선 전당대회 전에 혁신 비대위를 꾸려 계파주의 청산 등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친박은 정 원내대표 선출 후부터 노골적으로 관리형 비대위에 힘을 실었다.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이 쉽지 않고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전당대회 시기를 앞당기자는 현실론도 있었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권성동 의원은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른 시기에 새 지도부를 구성해 당무를 집행하고 혁신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거침없는 김병준 “권력 정치에 함몰…망국으로 가는길”=김 전 실장은 당선인들 앞에서 ‘유승민 의원과 진실한 사람’ ‘반기문 대망론과 권력구조 개편’ 등 여권의 민감한 이슈들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유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했는데 치열한 토론 대신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 운영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친박과 반기문이라는 특정인이 연합해 정권을 잡는 시나리오로서 국가 권력 체계 문제를 끄집어냈다”며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대 공천이 최악의 공천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전 실장은 “여야 모두 이기고 지고의 권력 정치에 함몰돼 있다”며 현 정치 상황을 조선 후기 세도 정치에 빗댔다. 그는 “정조 때만 해도 상공업이 발달하고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문호 개방 압력이 거세지는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그런 변화는 읽지도 못하고 오로지 권력을 위해 권력을 잡겠다고 하던 자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해야 망국이고 주권을 빼앗겨야만 식민지가 아니다”라며 “제가 세도 정치했던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끌었다고 얘기하듯이 후손들이 지금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온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새누리당 당선인 총회…비대위 구성 끝장토론
입력 2016-05-09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