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에 단호해진 야당 왜?

입력 2016-05-09 16:23

야당이 북한에 단호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9일 이례적일 정도로 강하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 1비서를 비판했고, 국민의당도 비판적 입장을 이어갔다.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북한 핵실험 등 도발이 계속되자 ‘수권정당’으로서 안보를 중시하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첫 회의에서 “어제 김 제1비서가 7차 노동당 대회를 마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핵무장을 가속화하면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핵무기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에 대해서 할 말은 하겠다. 인권침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에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도 요청했다.

우 원내대표가 북한 비판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86그룹’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실제 입장과는 다르게 북핵 문제에 미적미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일부러 강하게 비판했다”며 “남북 대화와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비핵화를 강조해야 한다. 남북문제에 적극적이었던 86그룹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안보 기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봐도 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핵무기는 북한 경제에도 한반도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진정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개선 원한다면 더 이상의 군사도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만으로 과연 북한 핵무기 개발 봉쇄할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와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 그것이 동북아의 안정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김정은은 미군철수를 주장하면서 ‘미국도 없애버릴 수 있다’, 이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대화를 강조했다.

야당의 안보 강조는 내년 대선 준비를 위해 안보 불안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등으로 여권에 공세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미 더민주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북한 궤멸론’을 언급하면서 안보 문제에서 ‘우클릭’을 시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야당의 성역과 같았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며 수정·보완론을 펼친 바 있다.

국민의당도 창당 당시부터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강조하면서 더민주와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