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하거나 진학 실적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나쁜 광고’를 벌인 서울지역 학원 가운데 28곳이 다른 법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나쁜 광고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 교육당국이 다른 위법사항을 찾아내는 ‘대체 점검’을 벌인 결과다.
서울시교육청은 비교육적인 광고를 내세운 학원·교습소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여 총 28곳에서 기타 위법사항을 적발해 1곳을 교습정지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3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나쁜 광고’를 벌였다고 지적한 학원·교습소 400여곳 가운데 서울교육청 산하 북부·강서·강남교육지원청 관할 학원밀집지역에 있는 60곳을 지난달 26~29일에 걸쳐 점검한 결과다.
이번에 적발된 학원들은 ‘선행’, ‘예비’ 등의 표현을 사용했거나 ‘중등심화반에서 고1 과학을 가르친다’고 선행 교육 내용을 광고에 담았다. 일부는 ‘○○대학교 합격’, ‘2016년 전국 최대합격, 영재·과학고 ○○명, 특목·자사고 ○○명’과 같은 방법으로 외부에 합격자와 학교 이름 등을 공개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런 학원들의 운영 실태 전반을 정밀 점검해 시설 기준미달, 교습비 초과징수, 성범죄 경력 미조회 등의 위법행위가 적발된 강남구 학원 1곳에 교습정지 7일과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영어학원으로 등록해두고 수학 수업을 하는 식으로 미등록 과목을 가르치는 등 관련법을 어긴 5곳에 10점~30점의 벌점 및 10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22곳에는 벌점 10~30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이 비교육적인 광고를 하는 학원들의 다른 잘못을 찾아내는 것은 광고만으로 학원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교육정상화법에 선행학습 광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는데 처벌 조항이 없다. 진학 성과 등을 활용한 마케팅은 아예 금지 조항도 없다. 사실상 ‘무법지대’인 셈이다. 실제로 전체 조사대상 60개 학원 대부분은 언론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지 두달 가까이 지난 최근까지도 문제가 되는 광고나 현수막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서울교육청은 대신 지난 2월 ‘자유학기제 정착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원 등 특별지도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선행학습을 유발하거나 자유학기제 취지에 반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는 경우, 자유학기제 관련 교육과정(교과목)을 개설·운영하는 경우, 진학 성과를 외벽에 게시하거나 전단·인터넷 등으로 광고하면 특별점검 대상이 된다. 특별점검 대상은 2개월 이내 간격으로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을 때까지 반복점검을 받는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은 없다고 보고 ‘우회단속’을 하는 셈이다. 이번에 적발된 학원들도 2개월 간격으로 위법사항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점검받게 된다.
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나쁜광고’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학원들이 지적받은 위법사항만 정정하고 계속 나쁜 광고를 이어간다고 해도 손쓸 도리가 없다. 비교육적인 광고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명문대 합격', ‘선행학습반' 나쁜 광고 내건 학원 28곳 ‘위법행위’ 적발
입력 2016-05-09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