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약식명령 7일 내 정식재판청구 조항, 합헌"

입력 2016-05-09 09:05

약식명령을 받은 뒤 7일 내 정식재판을 청구토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다만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낼 정도로 위헌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확인됐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을 재판관 5(합헌)대 4(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조항은 검사나 피고인이 약식명령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정식 재판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7일 내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약식절차에 따른 형이 확정돼 왔다.

수원지법은 2010년 9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이유로 문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했다. 문씨는 직장 주소로 송달을 원한다고 했음에도 법원이 잘못된 주소로 보낸 뒤 폐문부재를 이유로 공시송달해 송달이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2011년 3월 체포돼 벌금을 납부했고, 2014년 11월 정식재판청구 회복청구와 함께 정식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법률상 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씨는 약식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48조 등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마저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문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약식절차는 벌금, 과료만이 부과되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약식명령의 고지일로부터 7일의 불복기간이 단기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형사입건이 된 피의자는 수사기관 등에 자신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 서류를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서기석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공판절차에서의 항소기간도 7일인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충분한 공방과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뒤 선고되는 판결의 항소기간도 7일”이라며 “어떤 내용의 약식명령이 고지될지 미리 알 수 없는 피고인에게 7일 안에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지의 방법인 송달의 불가피한 불완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지일로부터 7일이라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을 불복기간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