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스승의 날 선물 정말 안 해도 될까요?

입력 2016-05-09 00:05 수정 2016-05-09 01:51
사진=영화 스승의 은혜의 한 장면

가정의 달이라 쓰고 통곡의 가계부를 쓰는 달이라고 읽는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가까스로 지났습니다. 한 고비 넘겼다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자녀가 있는 맘들은 최대의 난제가 남았습니다. 바로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은 눈치·코치는 물론 결혼과 동시에 가출한 센스까지 되찾아 온갖 촉을 세워야 합니다. 분위기 파악과 함께 재빠르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스승의 날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공문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맘들의 고민은 그 공문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내지 말라는데 정말 안 보내도 되나?”로 시작해 “나만 안 보내는 건 아닐까”로 발전합니다. 반대로 “괜히 분위기 파악 못하고 보냈다가 맘 모임에서 말나오면 어쩌지” “되돌려 받을 때 아이가 민망해하는 건 아닐까” 등의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올해는 이런 눈치게임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니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가지 않으니 비교적 편하지 않을까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되레 “언제 줘야 하나?”하는 고민 하나가 더 추가 됐다는 목소리가 많죠.

5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승의 날 선물’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제목의 게시물이 실시간으로 게시되고 있습니다. 댓글도 줄줄이 달립니다. 대부분 확신이 서지 않아 조언을 구하는 내용입니다.

질문의 유형은 대략 이렇습니다.
“스승의 날 선물 어떤 걸로 준비하나요?”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담임 선생님 외에 다른 선생님도 챙겨야 하나요?”
“공문이 오긴 왔는데 스승의 날 선물 정말 안 해도 될까요?”
“이번 스승의 날은 토요일인데 언제 드려야 할까요?”

사진=인터넷 맘카페 게시물 캡처

눈에 띄는 게시물도 살펴볼까요.
학기 초에 보내온 공문엔 스승의 날이 선물은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준비하라고 쓰여 있는데 보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너무 헷갈린다는 내용입니다.
댓글엔 “보내지 말라는 공문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보내라니 황당하다” “며칠 지나 하원 때 살짝 주는 게 나을 듯해요” 등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으로 이미 선물을 주문했고 배송이 완료됐는데 뒤늦게 공문이 와서 고민되네요. 보내라는 걸까요, 말라는 걸까요?”라는 하소연 섞인 질문이 있었습니다. 댓글에는 “선물 준비 안하고 통신문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안옵니다” “애가 둘인데 한 명은 오고 한 명은 안 왔다는 황당한 상황” 등이 있네요.

“스승의 날 물질적인 선물 사양한다는 공문이 왔는데 같은 반 엄마가 상품권 보냈더니 감사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하네요. 수제선물(손수 만든 것) 준비했는데 멘붕(멘탈 붕괴)입니다”라는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내지 말라는 공문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보내는 엄마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습니다. 사정 모르고 남의 편에 서서 입바른 소리를 척척해대는 남편들의 반응은 ‘극맘 극혐(극성엄마 극적으로 혐오한다는 뜻의 온라인 용어)’이겠죠. “공문까지 왔는데 굳이 보내야 하냐? 애도 선생님도 민망하다. 한국 아줌마들 치맛바람 문제 많다” 등의 첨언을 하면서 말이죠. 분위기를 보고 대세에 따르겠다는 아내에게 “소신 없다. 줏대 없다. 개념 없다” 등의 망언을 일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진=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

각종 쇼핑몰은 스승의 날 이벤트를 합니다.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겁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직장인과 대학생은 5월 기념일 중 가장 부담스러운 날을 어버이날(78.3%) 다음으로 스승의 날(11.0%)을 꼽았죠. 반대로 스승의 날 지출 계획이 없다는 의견도 46.8%나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으로 불특정 다수라는 점에서 현실과 거리가 있죠.

사진=맘카페 1%육아 설문조사 캡처. 8일 밤 11시 현재, 스승의 날 선물 '안 한다'가 37표로 '한다' 34편보다 많다.

한 맘카페에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선 스승의 날 선물을 한다는 의견과 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댓글에 달린 의견도 분분합니다. 한다는 의견 중에는 어린 아이를 맡기면서 선생님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 많았고, 안 한다는 의견 중에는 돌려받은 기억이 있어 아이와 함께 감사 편지 쓴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센스 있는 맘들은 미리 또는 늦게 준다는 얘기가 맘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랩니다. 시대에 맞게 모바일 상품권으로 소리 소문 없이 주는 것도 센스라고 하네요. 스승의 날 선물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는 없는 듯합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선생님의 영향력이 크니 고민과 부담은 더하죠. 눈치게임만 하는 스승의 날,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스승의 날에 딱 맞는 영화 한편 추천합니다. 선생 김봉두라는 영화인데요. 휴머니스(Money)트이자 불량 티처인 김봉두가 시골학교로 전근와 순수한 아이들에게 동화돼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입니다. 예고편 감상하면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스승의 날 눈치게임을 마무리 하시길 응원합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