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론' '인물부재론'에 막혀 힘 빠진 혁신형 비대위

입력 2016-05-08 16:14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총선 참패 후 한달이 다되도록 비대위 성격과 외부인사 영입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청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9일 예정된 당선인 총회가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논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동력 잃은 ‘혁신형 비대위’=총선 후 당내에선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실권형 비대위’를 구성,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포함한 정치 개혁안과 집단지도체제 개선 등 당 내외의 정치 현안을 다루자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였다.

비박계 3선 김성태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내부의 문제점과 곪은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집도의를 밖에서 모셔오고 비대위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 우리 당의 체질을 바꿔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임 원내대표로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물밑 지원한 정진석 당선인이 선출되면서 혁신론보다 안정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당 관계자는 8일 “수평적 당청 관계 주장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겠다는 의미”라며 “정진석 카드는 정부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즉, ‘안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권 행사와 같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누가 와서 맡겠느냐라는 현실적 이유도 혁신형 비대위가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 원내대표도 최근 “더불어민주당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혁신과 쇄신 방향을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살피고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다)로 가겠다”고 밝혀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비대위 구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류는 ‘관리형’ 선호=정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친박계는 비대위를 구성하더라도 전당대회 준비라는 제한적 임무만 부여한 ‘관리형’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류 일각에선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해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다만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꾸린 후 당 대표 산하에 쇄신특위를 설치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모셔올 여건이 녹록치 않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당 대표가 혁신위에 권한을 부여해 정치 전반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선인 총회에서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제20대 국회 새누리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당은 이어 오는 10일에는 20대 국회 초선의원 45명을 상대로 국회에서 연찬회를 개최해 20대 국회 운영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