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범은 경찰에 구속됐지만 그의 SNS는 인터넷 공간에 남았다. 그는 지인을 살해한 이후에도 “고양이 키우기 싶다”거나 “사업 아이템들을 머릿속에서 산화시켜버렸다”는 일상을 SNS에 꾸준히 올렸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6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조성호(30)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는 “무시한다”는 이유로 함께 살던 선배를 살해하고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절단해 유기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7일 오후 3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렸다.
경찰은 조성호씨의 범행 증거가 충분한데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다는 점을 들여 압송 중인 그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다. 이어 조성호씨의 얼굴과 실명 역시 7일 오후 4시쯤 공개했다. 2010년부터 얼굴과 실명을 공개토록 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서다.
하지만 그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의 신상정보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미 수많은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그가 사용하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페이스북에는 “10년에 3억을 모으겠다”거나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한다”는 인생 설계가 그대로 담겨있다.
물론 조성호씨는 선배 최모(40)씨를 살해한 다음에도 SNS에 글을 계속 올려왔다. 그는 선배를 부엌에 있던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그 시신을 원룸 화장실에서 상·하반신으로 절단하고 10일 동안 훼손·방치하다 지난달 26일 새벽 안산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했다.
안산 토막살인범의 살인 전 페이스북
사건 전에는 주로 운동과 취미, 공감 등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특히 애완견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애견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의 사업체를 가꿔왔던 것으로 보인다.
안산 토막살인범의 살인 이후 페이스북
사건 이후에는 유독 인생 설계와 관련된 글이 늘어났다. 사건을 은폐한 불안감을 애써 인생 설계로 덮으려 한 듯한 모습이 보인다. 특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다” 등에서 범행 이후 행적을 숨기려 한 듯한 인상을 준다.
경찰 수사 시작에도 “영화 채널만 봐서 몰랐다”
조성호씨는 경찰에 검거되는 순간에도 집 안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5일 검거 당시 경찰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조성호씨를 체포했다. 조성호씨는 “살해 후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욕실에 방치했다”며 “집 안에 있던 흉기로 사체를 훼손해 내다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3시50분쯤 선감도 불도방조제 인근 배수로에서 한 관광객이 하반신 시신을 찾으며 안산 토막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상반신 시신은 이틀 후인 3일 오후 1시50분쯤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발견됐다. 상·하반신 시신은 발견 당시 나체 상태로 마대자루에 담겨있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