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오차없는 연주 vs 해석 가미된 인간의 연주에서 승자는?

입력 2016-05-07 00:07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오른쪽)와 로봇 테오 트로니코가 연주 대결을 펼친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한 치의 오차 없는 정확한 연주와 해석이 가미된 예술적 연주. 이 가운데 관객은 무엇을 선택할까. 오는 16~20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의 주제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화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촉발시켰다. 창의성과 감성에 기초한 예술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미 상당히 들어와 있는 상태다. 특히 악기 연주 분야는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와 로봇 테오 트로니코가 연주 대결을 펼친다. 로봇 테오는 악보 그대로 정확한 연주를 기계적으로 들려주며, 프로세다는 작곡가의 의도 등을 토대로 해석이 가미된 인간적 연주를 선보인다. 연주 이후 상대방의 연주에 대해 평가하는 토크 코너가 이어진다.

프로세다는 네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런던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과 정기적으로 협연하는 프로 연주자다. 특히 멘델스존 스페셜리스트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2012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테오는 53개의 손가락으로 1000곡 이상의 작품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로봇이다. 어린이와 가족 관객들에게 음악에 대한 즐거운 접근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012년에 베를린 심포니커와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이 공연은 성남문화재단이 성남 지역 초등학교 6학년 8800명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이다. 일반인 대상으로 판매되진 않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계적인’ 연주와 ‘인간적인’ 연주를 놓고 클래식계에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로봇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테오가 처음이 아니다. 로봇은 이미 기타, 트럼펫,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2009년 미국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가 자동 연주기계들과 협연한 ‘오케스트리온’은 로봇 연주의 시대를 알리는 기념비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영국 전자음악의 대가 스퀘어푸셔와 일본 도쿄대학이 만든 로봇 록밴드 ‘Z-Machines'은 2014년 ‘뮤직 포 로봇’에서 소름끼치는 연주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케스트리온이나 Z-Machine의 음악만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계 연주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기연주에 한계를 안고 있다. 팔의 힘과 손가락 길이 같은 선천적인 요소 외에 각종 테크닉을 익히기 위한 후천적인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피나는 훈련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연주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피아니스트로서 연주하는 로봇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음표대로 치는 정확한 연주가 예술적 연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과연 기계가 음악적 해석이나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인간과 로봇이 연주 배틀을 펼치는 것은 미래사회의 음악과 연주 그리고 관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