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의 감동-어린이들에게 감성 키워준다.

입력 2016-05-07 08:49
손편지는 감동을 준다. 또박또박 서툰 글씨를 눌러 쓴 초등학생부터 꼬부랑 할머니의 손편지까지 예외가 없다. 디지털시대에 손편지는 보기 드문 존재가 됐다.

휴대전화 문자나 클릭 한번이면 이메일 전송을 통해 손쉽게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시대를 대변하는 손편지는 사람 사이의 온정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손편지를 부모님 등에게 보내는 것도 잊지 못할 귀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최갑열 경위(학교전담 경찰관)는 지난달 초 전북도내의 한 유원지 운영팀에 손편지를 보냈다.

태어나서 유원지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손편지였다.

최 경위는 3장 분량의 손편지에 “소외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을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유원지 티켓을 선물해 달라”고 적었다.

편지를 보낸 후 1주일 만에 유원지 운영팀 담당자으로부터 한 통의 휴대전화 문자가 돌아왔다. 최 경위의 편지대로 유원지를 둘러보게 해주겠다는 화답이었다.

“쓰신 편지를 보고 감동했습니다. 아이들을 유원지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최 경위는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다. 학교폭력 피해아동 2명과 장기결석 아동 4명은 지난 2일 최 경위의 손편지 덕분에 생전 처음 가본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실컷 타면서 즐거운 기간을 보냈다. 최 경위는 “유원지 티켓을 직접 사 줄 수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9일 한센병 환자들이 생활하는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는 초등학생 420여명이 손편지를 쓰는 이색 행사가 열린다. 손편지운동본부가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이 병원의 ‘할매 천사’로 불리는 마리안느·마가렛 2명의 수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쓰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녹동초등학교 재학생 420명이 마리안느·마가렛 수녀의 헌신적 삶에 대한 고마움을 고사리손으로 편지로 쓰게 된다. 어린이들의 손편지는 손편지운동본부를 통해 우편으로 마리안느 수녀 등이 머무는 소록도성당에 전달된다. 마리안느 수녀는 40년간 소록도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10년 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마리안느 수녀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소록도를 다시 방문해 성당에 머물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1993년 전국 각지에 5만7500여개에 달했던 우체동 수가 21년 만인 2014년 현재 1만5600여개로 70%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손편지가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로 대체되면서 우체통도 길거리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전자우편은 매우 편리하지만 종이편지의 감동까지 대신할 수 없다”며 “어린이들에게 손편지의 감성을 키워주고 싶어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