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린 북한 7차 노동당 대회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됐다. 북한 방송은 당 대회 실황 중계 대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삶을 재조명하는 선전물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앞으로 이어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대관식’에 앞서 북한 내부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일제히 김정은 우상화나선 언론…당 대회 내용은 ‘침묵’=조선중앙TV는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평양시 기준)부터 특별 방송을 시작했다. 평소보다 무려 7시간이나 앞당겼다. 노동당을 ‘영원한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으로 부르는 서사시를 낭독하면서 3대에 대한 우상화에 주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만세’란 제목의 정론에서 “우리 당의 창건자이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이신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높이 모신 영광의 대회장에 찬란히 빛나는 우리 태양 김정은 동지를 이제 온 세상이 우러를 것”이라고 찬양했다.
전날인 5일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김씨 일가 찬양가인 ‘세상에 부럼 없어라’에 김일성상과 김정일상이 수여됐다. ‘백두혈통’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예술·문화 통치’를 김 제1비서가 적극 활용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정작 당 대회와 관련해선 북한의 어떤 매체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비밀주의가 강한 체제 특성상 첫날 행사가 완전히 끝난 뒤 정제된 메시지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1대 김일성 주석과 달리 5~6시간동안 이어지는 장황한 연설을 김 제1비서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수 있어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외신기자들 눈에 비친 평양… 북한의 앞날에 촉각=워싱턴 포스트 도쿄 지부장인 안나 피필드 기자는 당 대회가 열리는 4·25 문화회관 인근 풍경을 동영상에 담아 자신의 페리스코프에 올렸다. ‘미스터 박’이라 불린 북측 관계자는 영상에서 “캘리포니아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해 기쁘다”고 말했다. 피필드 기자가 ‘당 대회가 열리는 데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며 답을 피했다.
외신 기자들은 붉은 기가 내걸린 4·25 문화회관 맞은편에 선채 건물 외관만 촬영하고 있었다. 이번 당 대회를 취재하고자 외신 기자 130여명이 평양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옆에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피필드 기자는 “플라스틱 꽃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다. 곧 열리는 퍼레이드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BBC의 존 서드워스 기자는 평양 시내와 주변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도시로서 평양은 2009년에 방문했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면서 “해외 관찰자들은 ‘미니 붐’을 말하고 있다. 시장과 작은 상점들이 도시 골목마다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양 인근 농장에서는 농부들이 생산량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꽤 자본주의적인 개념”이라고도 했다.
◇당 대회 열리는 4·25 문화회관은?=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4·25 문화회관은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대중문화회관이다. 중요 회의나 행사, 예술 공연이 열리며 각종 군사·정치 집회 장소로도 열린다. 공사를 시작한지 1년7개월만인 1975년 10월 개관했다.
원래 이름은 2·8 문화회관이었지만 1995년 10월 지금 이름으로 변경됐다. 당초 인민군 창설일이 1948년 2월 8일이었으나, 1978년 인민군 창설 시점이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창설한 날인 1932년 4월 25일로 소급 변경함에 따라서다.
4·25 문화회관은 크게 중앙현관홀, 관람홀, 무대 등으로 구성된다. 중앙현관홀은 2층 관통홀로 구성돼 있으며 홀 양쪽의 복도에서는 사진전 등의 전시도 진행할 수 있다. 관람홀은 6000석 규모의 대형극장과 1100석의 극장, 600석짜리 영화관으로 이뤄졌다. 건물 바깥 벽 아래층 오른쪽과 왼쪽 및 위층 양쪽에는 각각 '혁명의 사령부를 보위하여', '불패의 혁명대오' 등의 이름이 붙은 모자이크식 벽화가 그려져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북한, 당대회 첫날 실황중계 대신 하루 종일 김일성·김정일 선전물 방송
입력 2016-05-06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