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분출됐던 쇄신 목소리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강경론이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 기류로 돌아서고 있다. 이를 두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존재감이 입증되면서 당내 혁신 움직임이 위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친박계로선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주도권을 거머쥘 기회를 다시 잡게 됐다.
출범 초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새누리당 혁신모임은 사실상 와해된 게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4·13총선 참패 직후 목소리를 키우며 원유철 비대위 체제를 사실상 저지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탓이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도 응집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혁신모임을 이끌었던 황영철 의원은 6일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당을 끌고 가는지를 일단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 쇄신 방향이 어긋나게 될 경우 의원들 뜻을 모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혁신모임 소속 한 의원은 “애초에 어느 한 계파의 이득을 좇거나 어떤 자리를 염두에 두고 세를 모으려는 모임이 아니었다. 당분간 비공개 모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총선 참패 이후 부실기업 구조조정,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등 주요 이슈를 야당이 선점하면서 무기력증만 깊어지고 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비대위 구성 문제는 오는 9일로 예정된 당선인 총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대위를 꾸리기로 의견이 모아진다고 하더라도 성격이나 인선을 놓고 계파 갈등이 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대로 시간이 흐를 경우 친박 주류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친박 진영에선 촉박한 시간 때문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 쇄신안을 추진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늦어도 7월 중 치러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꾸려진 비대위가 혁신 작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비대위가 구성되더라도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박계에선 친박 주류가 총선 참패 책임론을 희석시키려고 혁신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서둘러 외부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려 해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나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 야권 인사들까지 거론되는 점이 비대위원장 구인난을 방증한다.
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답답한 현실정치를 개혁할 수 있고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기반이 당에 있다면 비대위원장이든, 수위든 뭘 안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식 제안을 받은 게 아니어서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전당대회 앞두고 한 풀 꺾인 與 ‘혁신’ 목소리
입력 2016-05-06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