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6-05-06 15:39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정부 외교·안보팀은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6일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 양국정부가 협상을 통해 적절한 수준에서 결정돼왔다”며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정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년 증가된 방위비 분담금=한국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991년 1073억원이었던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해는 9320억원으로 늘었다. 24년만에 9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분담금이 늘지 않았던 때는 주한미군이 대폭 감축된 탓에 비용이 동결된 2006년이 유일하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경비 일부를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이다. 1966년 체결된 주한미군주둔군협정(SOFA)에 따라 운영비용은 미군이, 시설과 구역은 한국정부가 제공키로 했다. 한국 경제사정을 감안해 1990년까지는 시설분야도 미국이 부담했다. 1991년 양국이 SOFA규정에 특별조치협정(SMA)를 체결해 시설분야 뿐 아니라 유지 경비 중 일부도 한국이 지원키로 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인건비와 군수지원비, 군사시설지원에 투입된다. 2015년의 경우 주한미군에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에 3490억원, 막사와 편의시설 등 군사 시설 건설비 4148억원, 탄약저장관리, 수송지원, 항공기 정비 등 군수지원비 1682억원이 투입됐다. 2014년 1월 체결된 제9차 방위비분담협상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하되 최대 4%를 넘지 못한다.

◇방위비 분담금 적정수준인가=트럼프 후보는 한국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군을 대신해 한반도를 지켜주고 있는 만큼 주둔비용을 한국정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후보만큼 과격하지는 않지만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미 국방예산의 감소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경비가 대폭 감소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 내 ‘고립주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이 매년 방위비 분담금 비율 인상을 주문하면서 협상도 매번 진통을 겪기 일쑤다.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2015년 현재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현금과 현물로 지급되는 방위비 분담금 외에 미군주둔기지 토지임대 및 보상료, 기지주변 정리, 훈련장 사용지원, 관세 및 지방세 등 세금감면, 공항 및 항만이용료 면제 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감안하면 실제 한국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비율은 70%에 육박한다고 본다. 이를 반영하면 2015년 기준으로 1조3000억이 넘는 액수다.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집행이 되지 않는 액수도 상당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4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말 방위비 분담금 군사시설개선비 집행률은 33.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500억원 이상이 이월됐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는 꼭 필요하지 않은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도 2013년 4월 발생한 ‘동맹국의 미군지원비와 미국 비용에 관한 조사보고서’에서 미2사단 박물관 설립 등 효용성이 의심스러운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공돈(free money)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이 북한 위협을 억제하고 유사시 대규모 증원군이 지원될 때까지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분담금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군의 첨단무기체계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고, 일본과 비교할 경우 우리 부담액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평화유지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 지역 내 미국의 이익 및 주도권 확보에 있는 만큼 주둔 비용을 일방적으로 한국에게 부담토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