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모두 신임 원내사령탑 선출 작업을 완료하면서 제20대 국회의 서막이 올랐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인 20대 국회에서는 19대 국회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국회의장 탄생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공수 전환 및 야당 주도의 예산정국 등이 예상된다.
◇야당 국회의장 탄생?=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야당 소속 국회의장의 탄생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인 우상호 의원은 제1당인 더민주가 차기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더민주 내에선 6선이 된 문희상 이석현 정세균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새누리당은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야당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게 되면 여당은 강력한 대야(對野) 압박수단의 하나였던 ‘직권 상정’ 카드를 잃게 된다. 그만큼 야당의 정국 주도권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으로 새누리당이 제1당 지위를 회복하면 국면은 달라질 수 있다. 또 ‘캐스팅보트’를 쥔 채 관망 중인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도 없다.
◇여야 공수 전환=20대 국회에서는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프레임이 ‘발목 잡는 여당’으로 바뀔 수도 있다. 19대 국회에서 수적 열세였던 야당은 ‘거대 여당’을 상대하기 위해 의사일정 협의 등을 무기로 삼곤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민주 원내 핵심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대와 20대는 여야의 상황이 완벽하게 역전됐다”며 “야권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민생 법안들을 주도하고,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빌미로 이를 견제하면서 정부의 중점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공조 시스템은 개원 전부터 가동되는 분위기다. 두 야당은 지난달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불법자금지원 의혹 규명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각각 설치했고,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응에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처리 등에서도 두 야당이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야권 공조’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사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사위가 모든 법안의 ‘최종 관문’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더민주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숙려기간 엄수’를 이유로 일부 쟁점법안의 본회의 상정 저지를 시도한 바 있다.
◇야당 주도 예산정국=연말 예산정국도 야당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2014년과 2015년 예산정국은 정부와 여당이 주도했다. 예산안 심사가 11월 30일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고, 과반을 점한 새누리당이 이를 가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예산안이 자동부의 되도 야권이 힘을 합치면 이를 부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더민주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된 박완주 의원은 “예산안과 부수법안도 ‘협치’의 대상이 됐다”며 “그동안 국회선진화법을 믿고 야당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던 기획재정부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측은 이날 박 의원 사무실로 축하 전화와 함께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20대 국회에서 달라질 3가지 모습
입력 2016-05-06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