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공화당 소속 전직 대통령들과 전직 대선 후보들은 물론 당내 1인자인 현직 하원의장까지 트럼프에 등을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미 언론들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당의 대선후보 지지를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당내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CNN 방송에 나와 “현재로서는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으며 그럴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 겨뤘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아예 7월 전당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롬니는 지난 3월 초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는 사기꾼이며,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만일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전망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출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만약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면 히스패닉 유권자가 30%나 되는 이곳 애리조나에서는 그야말로 내 목숨을 걸고 치러야 할 정도로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때문에) 이번 선거는 정말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또는 대선 후보 출신 가운데 전당대회 참석의사를 밝힌 사람은 1996년 대선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이 유일하다. 그나마 그도 전당대회 기간 중 ‘잠깐동안’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공화당 지도부, 트럼프 지지 거부
입력 2016-05-06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