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절반가량이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공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이 더 이상의 대외 개입을 줄이고 국내로 눈을 돌리자는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시각이 미국인들 사이에 팽배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향후 미국 대외정책 방향의 변화가 주목된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는 지난달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미국 성인남녀 20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7%가 미국은 자국 문제에 신경 쓰고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이 문제를 해결하게끔 도와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트럼프가 최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방위비를 거론하며 “적정 방위비를 내거나 아니면 스스로 방어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시각은 보수층에서 특히 높았다. 공화당 지지자의 62%가 미국이 자국 문제에만 신경 써야 한다고 답변했다. 같은 답변을 내놓은 민주당 지자는 47%였다.
전체 응답자의 41%는 미국이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고 28%는 적정수준, 27%는 너무 적은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경제 분야에도 고립주의적 시각이 투영됐다. 응답자의 49%는 미국의 대외경제 개입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추고 있다는 이유로 좋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외경제 개입이 새로운 시장 창출과 성장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라고 답변한 응답은 5%포인트 낮은 44%였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은 55%가 대외경제 개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같은 답변을 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47%였다.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대외경제 개입이 미국의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공격하는 일부 대선주자들의 주장이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여론 흐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미국인 절반, 트럼프 대외정책 공감
입력 2016-05-06 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