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어린이날 만원관중 앞에서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프로야구 사상 최다 일일 관중을 동원한 축제 분위기는 두 팀 선수들의 추태로 험악하게 바뀌었다.
KIA와 롯데 선수들은 5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4회말 2사 때 내야로 몰려 충돌했다. 8-0으로 앞선 KIA의 공격에서 타자 서동욱의 오른쪽 다리를 타격한 롯데 선발투수 이성민의 투구가 화근이었다.
서동욱은 고의적으로 몸에 맞힌 공이라고 생각한 듯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며 거칠게 항의했다. 롯데 3루수 손용석이 가장 먼저 서동욱에게 달려들어 만류했지만 상황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 있던 두 팀 선수들은 모두 서동욱과 이성민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싸움을 말렸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고성과 언쟁이 오갔다. 위협적인 표정으로 몸싸움에 가담하려 하거나 자신을 제지하는 상대팀 선수를 내팽개친 모습도 나왔다. 두 팀 코칭스태프의 적극적인 제지로 벤치클리어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맞아 야구장을 찾아온 가족 단위 관중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야유했다. 이날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를 방문한 관중은 모두 2만500명. 벤치클리어링은 만원관중 앞에서 벌어진 난투극이었다.
프로야구는 이곳을 포함해 전국 5개 구장에서 모두 11만4085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사상 최다 일일 관중 수를 경신했다. 종전 최다 기록은 8개 구단 체제였던 2005년 4월 5일 전국 4개 구장으로 몰린 10만1400명이다. 종전 어린이날 최다 기록은 지난해 9만명이다. 두 팀 선수들의 벤치클리어링은 프로야구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뿌린 꼴이었다.
KIA는 롯데에 17대 1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지크 스프루일의 6이닝 1실점 호투, 3안타 3타점씩 뽑은 나지완과 오준혁의 맹타를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KIA는 롯데와의 홈 3연전을 싹쓸이하고 5할 승률로 다가섰다. 중간 전적은 12승14패다.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홈 3연전에서 전패했던 롯데는 연속 스윕을 당하면서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한편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으면서 자리를 비운 한화 이글스를 19대 6으로 격파했다. SK 타선은 홈런 5개를 포함해 장단 21안타를 몰아치고 한화의 마운드를 두드렸다. SK 선발투수 크리스 세든은 5이닝 9피안타(2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고 4승(1패)을 수확했다.
한화는 선발투수 안영명이 2이닝 7피안타 8실점(5자책점), 이재우가 3이닝 9피안타(4홈런) 9실점(7자책점)으로 무너지면서 대패를 당했다. 안영명은 올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NC는 kt 위즈 원정에서 15대 2로, 삼성 라이온즈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했다. 2008년부터 9년 연속 어린이날 만원관중(2만6000명)을 달성한 서울 잠실구장에선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를 8대 7로 제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어린이날 만원관중 앞에서… KIA·롯데 벤치클리어링 ‘꼴불견’
입력 2016-05-05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