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이뤄지는 '분자의 반응시간 영역' 인간이 조절 가능하게 됐다

입력 2016-05-06 03:00

의약품 등의 화학합성 도중에 만들어지는 분자 물질은 구조 변화나 결합, 분해 과정이 매우 빨라서 마치 사납게 날뛰는 야생마처럼 다루기가 어렵다.

이런 ‘중간 생성물들’은 현재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순도가 낮은 혼합물을 생산해 분리 정제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중간 생성물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찰나’에 원하는 반응을 일으켜 한 종류의 분자 물질만을 고순도로 생산하고, 다른 쓸모없는 반응들은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기술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인간 통제가 불가능했던 분자의 반응시간 영역을 1만 분의 1초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고순도 신약이나 화학 약품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김동표(사진) 교수팀은 고효율로 반응물을 섞을 수 있는 특수한 ‘혼합 미세 반응기’를 설계해 시간에 따라 생산된 물질을 분석한 결과, 일반 반응 시간에서는 구조 변화가 일어나 혼합물이 발생하지만 1만분의 1초보다 짧은 반응 시간에서는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고순도 화합물이 생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단 시간 분자 반응 조절은 ‘수 밀리초(1000분의 1초)’였는데, 더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분자의 반응 시간 영역을 인간이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추가 연구를 통해 약물 부작용을 일으키는 구조 변화가 없는 순수한 약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응용 기술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판 6일자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